김동연(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일 열린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서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5일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확대하라는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권고를 기획재정부가 반대한 것을 두고 “청와대와 조율된 것이며 누구도 자문기구인 특위에 과세권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식적으로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하루 전인 4일만 해도 기재부의 과세반대는 ‘반란’으로 비쳤다. 재정특위가 대통령 직속 기구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금융소득종합과세 혼란을 서둘러 수습했지만 지난 5월 최저임금 논란과 비슷한 상황으로 보일 가능성도 있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계속되고 있다. 겉으로는 청와대가 조세나 혁신성장에 힘을 실어주는 듯하지만 속내는 다른 것 같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부총리의 행보는 최저임금 논란 뒤 더 적극적이다. “업무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 같다”는 게 관가의 평가다. 전날 저녁에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포함한 경제부처 장관 10명과 함께 만찬도 했다. 김 부총리와 장관들은 어려운 경제상황을 이겨내고 미래먹거리 개발을 위한 국가 차원의 ‘메가 투자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 기재부의 고위관계자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아닌 여러 부처가 연합해 할 수 있는 큰 규모의 사업을 찾아보자는 게 부총리의 뜻”이라며 “기존의 연구개발(R&D)이나 기술을 뛰어넘는 것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 경제팀을 중심으로 소득주도성장을 시도했지만 5월 일자리 증가폭이 7만명대로 떨어지면서 김 부총리에 대한 청와대의 신뢰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김 부총리가 혁신성장관계장관회의를 잇달아 개최하면서 드라이브를 거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경제부처, 그중에서도 기재부에 대한 청와대 신임의 깊이를 가늠하기 힘들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당장 “최저임금 효과 90%” 논란 때만 해도 청와대 경제팀이 기재부를 거치지 않고 한국노동연구원에 의뢰해 가공자료를 받았다가 문제가 됐다. 재정특위의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인원도 특위가 기재부를 건너뛴 채 국세청에서 1,000만~2,000만원 구간 인원을 단순 추출해 신고인원이 31만명 늘어난다고 국민들에게 알렸다. 혁신성장도 문재인 대통령은 “부총리가 중심이 돼 달라”고 했지만 원격의료를 포함해 핵심규제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성과 부진과 정책철학 불일치를 근거로 한 경제부처 수장 교체론도 끊임없이 나온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사회수석을 비롯해 참여정부 때 인사들은 기본적으로 경제관료에 대한 불신이 깊다”며 “경제관료 출신인 윤종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를 경제수석으로 앉힌 만큼 앞으로 경제부처와 관계설정을 어떻게 할지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