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흐름이 크게 변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성장·저금리·저유가의 시대였으나 확연하게 고금리·고유가·지속성장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신흥국의 자금이 미국 등 신용도가 높은 국가로 이탈하는 이른바 국제자금이동(capital flight) 현상이 발생해 아르헨티나·브라질·터키 등의 국가에서는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커지고 있다.
산업에서는 4차 산업혁명 기술과 디지털 혁신의 가속화로 각 산업별로 자기 몸에 맞는 플랫폼과 생태계를 새로 갖추며 변혁을 시도하고 있다. 전통 공장들은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하는 공장자동화를 추진하고 사무현장에서는 RPA(Robotics Process Automation)로 불리는 업무 자동화를 병행 추진하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유통이나 물류 분야는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는 방식(O2O)이나 블록체인 등으로 디지털화돼가고 있다.
글로벌 회계 및 컨설팅 법인인 EY(Ernst&Young)에서 지난해 말 주요국 1,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매각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놀랍게도 조사대상 기업 경영자들의 87%가 2년 이내에 기업의 경영권이나 사업부를 매각하고 싶다고 답변했다. 기술혁신에 따라 경제·산업의 흐름이 너무 빠르고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서 많은 기업가가 가급적 빨리 일부 사업부를 정리(divestment)하거나 재편(reorganization)하고자 하는 것이다.
금융위기의 재발 가능성이나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조심스럽게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주로 10년을 주기로 이러한 현상이 반복돼 오기도 하지만 1998년·2008년에 이어 2018년에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과 상장기업 시가총액의 차이가 크게 벌어져서 시장의 조정이 또다시 필요하지 않나 하는 우려가 있다.
경제·산업·금융 부문에서의 변화 말고도 세상의 변화 물결은 거세고 놀랍다. 고령화로의 빠른 이행과 인구구조의 변화, 남북미 회담의 진행과 새로운 질서의 전개, 포용적 성장이나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 새로운 시대적 요구가 사회적 제도와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변화의 시대일수록 개인이나 조직이나 정체성과 도덕성의 확립이 가장 중요하게 된다. 급격한 변화와 혁신의 소용돌이 속에서는 나와 내가 속한 조직의 정체성과 윤리관을 지키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끝없는 추락을 경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체성과 도덕성을 확립하고 이에 맞는 비전과 로드맵을 가져야 하고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컨센서스를 이뤄야 한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접목과 같은 중요한 혁신일수록 함께 신뢰를 갖고 실행해 옮겨야 하며 실행 후에는 반드시 피드백을 받아 변화의 속도와 틀을 조정하고 조율해야 한다. 변화의 요청이 거세면 거셀수록 이 같은 변하지 않는 과정들이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AI로 무장된 스마트홈에서 살고 전 자동화된 공정의 스마트공장에서 일을 하며 자율주행자동차로 이동을 해도 동료들과 함께 일하며 배우고 나누면서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변하지 않는 인간의 행복임을 새삼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