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업단지 입주업종 제한을 네거티브(원칙적 허용·예외적 제한) 방식으로 대폭 풀려고 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입주할 수 있는 업종을 법에 미리 정해놓는 규제방식은 산업 간 융·복합에 따라 새로운 산업이 활발하게 출현하는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산업단지 입주업종 제한은 중소·중견기업이나 스타트업 현장에서도 애로가 큰 대표적 규제로 꼽혀왔다. 당장 산업용지 입주대상 업종 중 제조업이 아닌 업종은 약 96개에 불과하다. 산업발전법에서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와 밀접하게 관련된다고 지정한 서비스업종 183개의 절반 수준이다.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대구 국가산업단지 입주를 위해 1,000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했던 쿠팡은 3년째 부지 조성조차 못한 채 표류 중이다. ‘전자상거래 소매중개업’으로 분류되는 쿠팡은 법이 정한 물류시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쿠팡은 운송사업면허를 취득해 ‘운수업’으로 인정받으면 입주자격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규제 현실은 더 복잡하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운송사업면허를 취득해도 전자상거래업을 겸하면서 자가물류를 운송하는 경우에는 산업용지에 입주할 수 없다”고 퇴짜를 놨다. 쿠팡은 미국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가 선정한 한국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설립 10년 이하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 3곳에 올랐지만 정작 한국 정부로부터는 신산업이란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입주가능한 업종 기준도 모호하다. 이원빈 산업연구원 산업입지연구실장은 “기업지원서비스 중 통역서비스는 입주가 허용되지만 법률서비스는 불가하고, 광고물제작업은 되지만 광고기획업은 안 된다”며 “이런 업종제한은 산업의 발전속도나 변화를 반영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규제기관의 과도한 재량에 좌우될 우려가 큰 과도하거나 불합리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규제혁신’을 주문한 만큼 정부도 규제개혁 작업에 속도를 붙인다. 차량·숙박공유서비스나 원격의료 같은 핵심규제는 물론 수상태양광 허가, 치과의료기기 시험검사 등 복잡한 인허가 절차로 생기는 애로까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실질적인 규제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우버 같은 차량공유서비스는 지방자치단체별로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기존 택시사업자에게 수익 일부를 나눠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원격의료도 의료인과 환자 간이 아니더라도 현행법 안에서 최대한 규제를 풀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기로 했다. 방기선 혁신성장본부 규제혁신·기업투자팀장은 “현재 7월 말 10~20개 핵심규제 리스트를 발표하고 공론화 방식을 통해 개선 방안을 찾을 것”이라며 “드론과 스마트공장, 자율주행차 등 8대 핵심 선도 사업 활성화와 주력산업 고도화에도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