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왼쪽 세번째) 국방부 장관이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대회의실에서 기무사 계엄 문건 관련 부대장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송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기무사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최단시간 내에 모든 문서를 제출하고 보고하라”고 명령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촛불집회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령 검토 문건을 대통령에게 즉각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이 문제를 직접 챙기겠다고 선언하며 그동안 갈지자 행보를 보인 국방부에 경고를 날림과 동시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각을 앞둔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교체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문 대통령이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국방부·기무사와 각 부대 사이에 오고 간 모든 문서와 보고를 대통령에게 즉시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수사는 특별수사단에서 엄정하게 수사를 하겠지만 이와 별도로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 실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계엄령 문건이 실행까지 준비가 됐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국방부·기무사·육군본부·수도방위사령부·특전사 등 그 예하 부대가 문서를 제출해야 할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0일 인도 국빈방문 중 송 장관에게 독립수사단을 구성하라고 특별 지시한 지 6일 만에 관련 문건을 대통령에게 제출하라고 추가 지시한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국방부의 ‘제 식구 감싸기 식’ 부실수사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대통령과 청와대도 지금 공개된 문건에서 더 진전된 내용을 파악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해 문 대통령이 특별히 심각한 내용의 보고를 추가로 받고 이번 지시를 내린 것은 아님을 시사했다.
개각을 앞두고 송 장관이 대상에 오르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송 장관은 기무사 계엄령 검토 문건을 3월16일 기무사령관으로부터 보고받았지만 수사대상이 아니라고 자체 판단해 국방부 검찰단에 수사 지시조차 하지 않아 ‘뭉개기’ 논란에 휩싸였다. 국방부는 문건에 대한 외부 법리검토를 맡겼다고 했다가 말을 바꾸는 등 오락가락한 행보도 보였다. 특히 송 장관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4월30일 청와대 참모진과 기무사 개혁방안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문건의 존재 등을 언급했지만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해 사안의 엄중성을 간과하고 강조해서 보고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편 문 대통령의 이번 문건 제출 지시가 수사단의 독립성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건 제출은 특별수사단 수사와 별개로, 수사는 독립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특별수사단의 자율성·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문건 검토 결과에 따라 청와대의 추가 조사가 이어질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고 조사 방향 자체가 왜곡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