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불씨 살아나나…문의장 “연내 개헌안 도출”

여야 개헌 필요성 공감…쟁점 둘러싼 이견 여전
전문가들 “현실정치 고려하면 회의적…한국당이 키”

17일 오전 여의도 콘래드 서울호텔에서 열린 제70주년 제헌절 경축 오찬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문희상 국회의장이 17일 올해 안에 여야 합의 개헌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한동안 잠잠했던 개헌 논의가 다시 불이 붙을지 주목된다.

문 의장은 제70주년 제헌절 경축사에서 “국민의 80%가 개헌 재추진을 원한다”며 “의장으로서 올해 연말까지 여야가 합의된 개헌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당선 일성으로 “후반기 국회 2년은 첫째도 협치, 둘째도 협치, 셋째도 협치”라고 역설한 데 이어 이날 국민의 개헌 요구에 국회가 부응해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문 의상이 구상하는 개헌 로드맵은 바로 여야 협치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개헌 논의가 이제는 결실을 보아야 할 때”라며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앞서 20대 국회의 개헌 논의는 여야가 개헌안 합의에 실패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 제출한 개헌안이 야당의 표결 불참으로 사실상 폐기되면서 두 달 가까이 멈춰 있었다. 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은 개헌안 표결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헌 무산의 책임을 야당에 돌리려는 의도라고 여당을 비판했고, 정의당마저 연속적인 개헌 추진을 위해 문 대통령의 개헌안 철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개헌안 표결이 헌법 규정에 따른 당연한 수순이라는 입장을 고수했고, 이후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 기한이 끝나면서 20대 국회 임기 내 개헌도 물 건너간 것처럼 여겨졌다.

개헌이 다시 거론된 것은 후반기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였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2일 “개헌이 촛불의 명령이라던 민주당이 그 사이에 명령을 까먹은 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개헌 논의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정부 개헌안을 사실상 폐기 처분한 한국당이 갑자기 원구성을 앞두고 개헌을 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논의는 더 나아가지 못했다.

다만 이날 문 의장의 제안으로 개헌 드라이브가 다시 궤도에 오르더라도 여야 합의 개헌안을 올해 연말까지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여야는 전반기 국회에서 각당이 당론으로 내세운 개헌안과 정부 개헌안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갈등했던 논쟁을 필연적으로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 지배적이다.

개헌의 핵심 쟁점인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 민주당은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권한 분산을, 한국당은 국회의 총리선출제를 각각 주장하고 있어 타협점을 찾기가 좀처럼 힘들다.

이와 별도로,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개헌과 연계해 논의해오던 선거제도 개편 문제에 대해 여야가 공감대를 이룬 듯한 기류가 흐르기도 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지난달 20일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안, 민주당 홍영표·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고 전한 바 있다.

토지공개념 도입이나 양심적 병역거부 등의 이슈는 이념 논쟁으로 번질 공산이 크다.

또 지방선거 참패 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한국당이 당내 분란을 조기에 수습하고 개헌 논의를 위한 단일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문 의장의 개헌 논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현실정치적으로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대통령 의견이 제시된 상태에서 여당이 자율성을 갖고 개헌 논의를 할 수 있을지, 한국당이 당내 분란을 극복하고 일치된 의견을 낼 수 있을지, 개헌 자체가 우선순위에서 밀리지 않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통화에서 “한국당이 의지를 가지고 전향적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여야 협상 테이블이 열릴지 말지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 교수는 “한국당이 2020년 21대 총선을 다른 선거제도로 치러야 하겠다고 생각할 경우 개헌을 같이 논의하자고 할 수 있다”며 “개헌 논의의 키는 결국 한국당이 쥐고 있다”고 짚었다.

/홍승희인턴기자 shhs95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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