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바지에 회색 셔츠 차림 노회찬…"전날까지 가족 만나"

'쿵'소리에 숨진 시신 경비원이 발견
주변에선 투신 가능성 예측 못해
귀국 후 자택 들러 아내 만나고 외출

23일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시신이 서울 중구 아파트 단지에서 나와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신다은기자

불법자금수수 의혹을 받은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23일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노 의원은 전날인 22일 미국에서 돌아와 아내를 만난 뒤 노 의원 모친과 동생 부부, 자녀 2명이 함께 사는 아파트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귀국 후 만 24시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가족들을 만나러 다닌 노 의원의 행적을 두고 일각에선 ‘마지막 인사’였을 거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23일 아파트 주민 증언에 따르면 노 의원은 오전 9시 43분께 검은 바지와 회색 셔츠 차림으로 발견됐으며 이미 의식을 잃고 사망한 상태였다. 노 의원을 최초로 발견한 경비원은 “‘쿵’ 하는 소리가 나서 가 보니 (노 의원이) 쓰러져 있었다”며 “경찰 신고 후 맥박을 확인해봤지만 뛰지 않았다”고 했다. 뒤이어 현장을 목격한 옆동 주민 박모(74)씨는 “산책을 나왔다가 경찰차 2대와 소방차 2대가 서 있는 걸 보고 ‘사람이 죽었구나’ 직감했다”며 “소방대원이 도착하자마자 심폐소생술(CPR)을 2분 간 시도했지만 반응이 없어 흰 비닐로 사람을 덮었다”고 증언했다.


노 의원의 투신 가능성은 주변에서도 예측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노 의원과 오래 알고 지냈다는 임모(60)씨는 “전날인 22일 노 의원이 미국에서 돌아와 자택에 들른 뒤 잠시 외출했다고 했다”며 “당시 동생에게 노 의원 안부를 물었을 때도 ‘별 일 없다’고 했다. 예측하지 못한 것 같았다”고 했다. 임씨는 지난달 노 의원과 만나 2시간 가량 저녁 자리를 가졌지만 이상 징후를 포착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임씨는 “특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고 평소처럼 일상 이야기를 쾌활하게 이어나갔다”며 “이성적이고 냉철하신 분이 어떻게 이런 일을…”하고 말을 잇지 못했다.

노 의원이 투신한 아파트는 동생 부부와 노모의 거처로 알려졌지만 평소 노 의원 왕래가 잦지는 않았던 걸로 보인다. 이날 본지와 만난 주민 10명은 노 의원의 사망을 안타까워하면서도 그를 평소 아파트에서 본 일이 한 번도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노 의원이 사망한 아파트 바로 옆 동에서 5년 살았다는 주민 민모(50)씨는 “평소 노 의원을 좋아했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믿기지 않는다”면서 “그간 아파트를 부지런히 다녔지만 노 의원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옆 동 주민 윤영모(49)씨는 “좋아하는 정치인이라 보면 알 법도 한데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다”며 “평소 상계동을 주거지로 알았는데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원은 자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1시간 가량 시신을 검안한 뒤 오후 1시께 노 의원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했다. 빈소는 세브란스병원 특1호실에 차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들이 원치 않고 사망 경위에도 의혹이 없어 부검은 안 하기로 했다”며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는 자필유서가 맞다”고 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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