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는 무게가 1조분의1g도 안 되는 세균부터 수억g에 달하는 대왕 고래에 이르기까지 800만종이 넘는 생물이 살고 있다. 브라질의 열대림에만 가도 축구장 크기의 면적에 100종 이상의 나무와 수백만 마리의 곤충이 한데 모여 있음을 알게 된다. 놀랍지 않은가. 어떤 신비한 자연의 법칙이 있길래 생김새도 특징도 제각각인 이 수많은 개체들이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순환과 반복 아래 생명을 영위해 나가는 것일까.
제프리 웨스트가 쓴 ‘스케일’은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성장과 노화, 죽음을 지배하는 원리와 패턴에 관한 ‘큰 그림’을 제시한다. 저자는 미국에서 활동 중인 물리학자로 현재 샌타페이연구소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5년 간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이번 저서에서 웨스트 교수는 자연 생태계를 관통하는 물리적 법칙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수십 년 동안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관찰하고 분석한 결과 동물의 체중에 따라 단위 시간당 대사량은 지수가 4분의3(0.75)에 가까운 거듭제곱으로 증가했다. 예를 들어 코끼리는 쥐보다 1만배(10의 4제곱) 무겁지만 생존을 위해 필요로 하는 에너지는 쥐의 1,000배(10의 3제곱)밖에 안 되기 때문에 코끼리는 쥐보다 에너지 효율이 10배나 좋다고 말할 수 있다. 놀랍게도 이러한 법칙은 포유류·조류·어류·갑각류·세균·식물·세포까지 거의 모든 분류군에 적용됐다. 저자는 이 같은 생물의 크기 변화에 따른 에너지 규모 증감의 이론을 ‘스케일링 법칙’이라고 명명한다.
더욱 신기한 것은 수치만 살짝 바꾸면 이 법칙을 통해 도시의 규모 변화와 발전 양상도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웨스트 교수에 따르면 도시의 인구가 2배로 많아지면 도로·전선·수도·가스관의 총 길이와 주유소 숫자는 대략 85% 증가했다. 반면 인구가 2배로 늘었을 때 특허 건수나 국내총생산(GDP), 근로자 평균 임금 등은 115% 정도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스케일’의 추천사를 쓴 정재승 KAIST 교수는 “도시가 커질수록 개인 성장의 기회와 창조적 영감이 인구 증가 속도보다 빠르게 늘어난다는 얘기”라며 “웨스트 교수는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옛말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최초의 보고서를 써냈다”고 평가했다. 3만원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