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투자·고용 등 우리 경제 전반에 이상 신호가 켜진 가운데 ‘최근의 경기 부진은 전초전에 불과하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침체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특히 일시적인 침체를 넘어 우리 경제의 활력 자체가 시들해지고 있다는 신호가 보인다는 점을 우려한다. 대표적인 것이 제조업 가동률이다. 우리나라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지난 2015년만 해도 74.4%에 이르렀으나 2016년 72.9%, 지난해에는 72.6%로 줄었다. 올 1·4분기에는 71.0%까지 쪼그라들었다.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4분기 이후 최악이다. 생산설비의 활용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인 제조업 가동률은 1%포인트 상승하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04~0.16%포인트 오를 정도로 경제 전반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빈 사무실과 상가도 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사무실 공실률은 13.2%로 1년 전보다 0.8%포인트 증가했다. 중대형 상가와 소규모 상가의 공실률도 각각 1.1%포인트, 0.9%포인트 치솟았다. 장사나 영업 자체를 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얘기다.
투자 위축 역시 심상치 않다. 올해 2·4분기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는 전 분기보다 각각 1.3%, 6.6%나 줄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이 투자할 때 업황이나 경기에 대한 전망이 중요한 고려 요소인데 투자가 추세적으로 꺾이고 있다는 얘기는 향후 경기가 좋지 않다는 심리가 퍼져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경제 활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봤을 때 잠재성장률 자체가 낮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경기 침체 속에서도 잠재성장률(2.8~2.9%) 수준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고 있는데 잠재성장률 자체가 꺾인다면 침체가 장기화될 우려가 커진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경제성장률이 2.5~2.6% 정도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의 전망치인 2.9%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계 경제 호황도 꺾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회원국 전체의 경기선행지수는 올해 1월 100.2에서 3월 100.0, 5월 99.9로 하향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으로 100 아래로 떨어졌다. OECD 경기선행지수는 6∼9개월 뒤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지표로 100을 넘으면 경기 상승, 이하면 하락을 뜻한다.
신 교수는 “미국 이외에 경기 흐름이 낙관적인 나라를 찾기 어렵다”며 “최근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의 악영향도 차츰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주요국의 금리 인상 기조도 내년 경기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다. 금리가 오르면 그렇지 않아도 위축된 투자와 소비가 더 얼어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에만 두 차례 더 금리를 올릴 예정이고 한국은행도 하반기 금리 인상이 유력한 상태다.
신 교수는 “가뜩이나 상황이 어려운데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정책 등으로 투자와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키우고 있다”며 “이제라도 무리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자제하고 미국·중국과 같은 감세정책 등을 통해 내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