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요인과 관련된 주식을 보유한 장기투자자라면, 관련 뉴스를 들을 때마다 주가가 떨어지지 않을까 매번 노심초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 주주들은 어떤 뉴스를 가장 두려워할까? 이란과의 핵 대치 상황? 큰 이해관계가 얽힌 북한과의 회담? 미국과 동맹국의 무역 분쟁? 유럽연합의 와해? 2016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과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조사도 빼놓을 수 없다(잠시 CNBC를 끄고 신경안정제 한 알을 먹으려 하니 양해 바란다).
결코 지나친 노파심이 아니다: 일부 지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글로벌 위험에 직면해 있다. 올해 2명의 미 연준 경제학자가 지정학적 위험(Geopolitical Risk, GPR) 지수를 발표한 바 있다. ’지정학적 긴장과 연관된 단어들‘이 기사에 출연한 빈도 수를 추적한 지표다. 세계 분쟁, 테러 위협, 혹은 핵 관련 태세에 대한 문제가 증가하면 할수록, 이 지수 역시 급상승한다. 1985년 이후 평균 GPR은 81이었지만, 올해 5월엔 147까지 올랐다. 평균보다 80%나 더 높은 수치다. 한편 대형 투자사 블랙록 BlackRock은 최근 정치적 위험요소를 통계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만든 기준을 발표했다. 현 상황은 과거 평균과 비교할 때 약 한 단계 이상 차이가 난다. 블랙록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 조정을 고려할 정도로 높은 위험 수준이다.
반가운 소식도 있다: 국제 분쟁이 주주들의 정신 건강엔 좋지 않겠지만, 주식시장 침체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찰스 슈와브 Charles Schwab의 최고 수석 글로벌 투자 전략가 제프리 클라인 Jeffrey Klein은 최근 1983년 군사 작전을 다시 연구했다. 그는 주요 군사 공격이 발생하더라도-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혹은 2011년 리비아 무아마르 카다피 Muammar Qaddafi 정권의 붕괴 등-주식 시장은 일반적으로 5일 내에 원상태를 회복했다 말했다. 물론 기업 이익 침해나 투자 저해처럼 부담이 큰 지정학적 상황이 지속되는 경우는 위협적이다. 애널리스트들이 수많은 국제 갈등 요소들 중 무역전쟁을 가장 우려하는 이유다.
출처: 포춘US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관세를 통한 수입제한이 경제성장을 방해한다고 보고 있다.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이익 유지를 위해 글로벌 판매와 공급망에 의존하게 된 요즘에는 이 같은 제한이 더 큰 피해를 낳는다고 우려하고 있다. 제한적 관세 부과로 국가가 보호하고자 했던 산업에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경우도 있다. 1980년대 미국 정부는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철강에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브루킹스 연구소에 따르면, 1982~1986년 11개 미국 대형 철강기업 중 10곳의 자기자본 수익률은 오히려 마이너스였다. 시티 Citi의 수석 글로벌정치 애널리스트 티나 포덤 Tina Fordham은 그 외에도 “요즘 같은 환경에선 우려 요인이 하나 더 늘었다”고 말했다. 국가들이 특정기업이나 세부항목들을 겨냥해 더욱 정교한 제재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 내 매출이 총 매출의 13%를 차지하는 보잉 사에 불리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런 불확실성에 적응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역사적으로 보면, 일반 지정학적 위험과 특정 무역긴장 속에서도 가장 잘 버텼던 산업들은 방산, 석유 및 필수 소비재 산업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최근 방산 기업의 주가가 높다. 지난 5년 간 이 기업들의 주가는 연평균 20%씩 올랐다. 미 국방부 예산이 증가했고, 투자자들이 이를 적극 활용한 덕분이었다. S&P 500 기업의 주가가 연평균 11% 오른 것과 대비되는 수익률이다. 펀드평가사 모닝스타 Morningstar의 크리스 히긴스 Chris Higgins는 “모든 좋은 소식이 (방산업계) 주가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석유 부문은 한층 더 밝아 보인다. 지정학적 혼란기엔 원유 가격이 오히려 상승해 대형 미국 생산업체들은 대체로 이익을 본다. 현재 가장 유리한 입지를 구축한 기업은 쉐브론 Chevron이다. 최근 이 기업은 특히 호주 내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 때문에 비판을 받았지만, 상당수 유전이 제때 가동돼 유가 상승을 십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제프리 볼 Jeffrey Ball이 포춘 500대 기업 특집호(6월 1일 발행)에서 밝혔듯, 텍사스 퍼미안 분지(Permian Basin)의 에너지 생산이 놀라울 정도로 급증했다. 이 지역 내 쉐브론의 생산량은 2017년 초 일 15만 배럴이 채 되지 않았지만 올해 약 25만 배럴로 늘었고, 2022년엔 65만 배럴을 목표로 하고 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 Jefferies의 애널리스트 제이슨 가멜 Jason Gammel에 따르면, 이 같은 생산능력 외에도 쉐브론의 훌륭한 대차대조표-2017년 영업 활동을 통한 현금 흐름이 205억 달러였다-를 고려하면, 현 주가가 약 25% 정도 저평가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단, 유가가 배럴 당 65달러 선을 유지한다는 조건이다.
파이프라인 및 터미널 운영 대기업 킨더 모건 Kinder Morgan은 유가 상승으로 즉시 이익을 얻지는 못한다. 그러나 유가가 급등하면서 생산업체들이 더 많은 유전을 시추하고 새 프로젝트에도 투자를 하고 있다. 그에 따라 이 기업도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수송 계약을 더 많이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킨더 모건은 인프라 건설 붐 이후 370억 달러 부채를 졌고, 그로 인해 일부 투자자들이 발을 뺐다: 투자회사 레이먼드 제임스 Raymond James의 대런 호로비츠 Darren Horowitz는 2019년 분배 가능한 이 기업의 예상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파이프라인과 미드스트림(원유저장 및 수송) 부문에서 동종업계 기업들에 비해 35% 저평가돼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여전히 안정적인 이익과 시장 지배적 지위를 영위하고 있는 킨더 모건에게 매력적인 장기 전략이 되고 있다.
국가 간 관계가 아무리 악화된다고 해도, 소비자들의 식품이나 화장지 구매는 막을 수 없다. 그래서 애널리스트들은 경색된 무역 관계로 다른 산업들이 피해를 입을 경우, 필수 소비재 주식이 오히려 이득을 볼 것이라 예상한다. 대형 식품회사 크라프트 하인츠 Kraft Heinz는 공격적으로 비용을 절감해왔지만, 아직까지 투자자들은 크게 감흥이 없다. 작년 2월 경쟁기업 유니레버 Unilever가 인수합병 제의를 거절한 이후, 주가가 35%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투자회사 에드워드 존스 Edward Jones의 애널리스트 브리트니 와이스먼 Brittany Weissman은 이 기업이 현재 식품업계에서 최고 수준의 수익 마진을 남기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는 크라프트 하인츠가 다시 매출을 늘리기 시작하면 “주가 역시 그에 대한 보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서둘러 안전한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라면 이 기업의 건실한 마진을 도피처로 고려할 만하다. /번역 강하나 sames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