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치유재단 해체냐 존치냐…갈림길에 선 정부

해산땐 한일관계 악영향 불가피
양국 셔틀외교 복원 앞두고 고심
전문가들 사이서도 의견 엇갈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3일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해치유재단이 설립 약 2년 만에 존폐 기로에 놓였다.

지난 7월 일본 정부 출연금 10억엔을 충당하기 위한 예비비 지출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민간에서도 ‘일본군 성노예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주도로 3일부터 재단 해산을 요구하는 릴레이 시위가 시작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92) 할머니는 3일 오전 외교통상부 청사 앞에서 ‘화해치유재단 즉각해산’이라 적힌 피켓과 함께 1인 시위를 했다. 정부가 재단의 존치와 해산 사이에서 결단을 압박받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의 반응은 아직 미온적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4일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도 “피해자들과 지원 단체, 전문가 등의 의견을 듣고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하면서 조속히 결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재단의 소관 부처인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사업이 중단된 점을 고려하고 피해자 할머니들 의견을 수렴해 가급적 연내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으로 방침이 결정된 바는 없다”라고 회답을 유보했다.


정부가 재단의 존폐 여부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재단을 해산하면 일본 측은 위안부 합의 파기로 받아들이며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 합의가 가진 문제들을 인지하면서도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는 것도 일본 정부의 반발을 고려한 조치였다.

올해는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채택 20주년으로 정부는 이를 한일관계 개선의 기회로 보고 있다. 한일 정상간 ‘셔틀 외교’ 복원을 위해 문 대통령이 10월 일본을 방문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재단의 존재 여부가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재단의 존폐 여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익명의 한 대학교수는 “문 정부 들어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고 있고, 민법에도 설립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 재단을 해산할 수 있게 돼 있다”고 하며 재단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정부가 명확한 방침을 세워야 할 때”라 하며 “재단을 없애기보다는 그 취지를 살려서 한일간의 별도 합의로 새로운 형태로 운용하면 좋겠다”고 했다.

화해치유재단은 2016년 7월 28일 출범한 여성가족부 소관 재단법인으로 2015년 한일위안부합의에 따라 설립돼 일본이 출연한 10억엔(약 100억원)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그 유족에 치유금 지급 사업을 해왔다. 그러나 문 정부가 한일위안부 합의에 대한 재검토를 진행한 끝에 일본이 출연한 10억엔을 전액 정부 예산으로 충당키로 하면서 작년 말부터 재단은 사실상 기능 중단 상태가 돼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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