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IT부 김경미
대다수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힘있게 싸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런 싸움의 대부분은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더 큰 ‘소탐대실’로 귀결되는 경향이 많다. 치킨 프랜차이즈 bhc치킨의 본사와 가맹점주들이 생닭과 오일 등 주요 공급품의 원가 및 마진율에 대한 이견 차이로 1년 넘게 벌이고 있는 전면전을 보노라면 전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아니나다를까 이번 싸움의 결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가맹점주 내부에서부터 먼저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가맹점주협의회가 첫 출범한 후 대대적인 국회 시위를 열었을 때부터 일부 점주들은 “전화 주문이 급감하고 있다”며 불안을 호소했다고 한다. 가정의 달을 맞아 매출 확대를 기대하기는커녕 브랜드 이미지 악화에 ‘소비자 불매 운동’이 시작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했었다는 후문이다. 특히 지난 4일 서울 송파 bhc 본사 앞에서 200여 명이 집회를 벌인 이후부터는 내홍이 더 깊어졌다. 한 가맹점주는 “집회 사실을 뉴스로 알았는데 점주들뿐 아니라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 정치색 짙은 시민단체 사람들이 대거 참여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본사와 이야기를 잘 풀어 서로 윈윈하는 것이 원래 목적이었을 텐데 점점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그는 본사를 오일 납품가 관련 사기 혐의로 검찰 고발한 것과 언론의 주목을 지나치게 많이 받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현했다. 더욱이 “사기 혐의가 씌워진 기업의 닭을 누가 먹고 싶어 하겠느냐”며 고개를 저었다.
비용 부담이 큰 배달 앱의 등장, 재료 값과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자영업자들은 여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런 가운데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보다 높은 영업이익률을 자랑하는 bhc 본사를 향해 가맹점주들이 ‘이익을 나누자’고 소리를 높이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행동이다.
그렇지만 프랜차이즈 사업이란 본사와 가맹점주들이 함께 뛰는 이인삼각의 경기다. 한쪽이 휘청이면 결국 다른 쪽도 넘어질 수밖에 없다. 가맹점주들이 똘똘 뭉치고 검찰·공정거래위원회로 대표되는 공권력을 활용해 외국 자본을 바탕으로 하는 거대 프랜차이즈 본사를 무릎 꿇린다는 상상은 꽤 달콤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bhc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하는 이 싸움 끝에 점주들이 얻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가맹점주들이 본사와의 싸움이 아닌 대화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어내고 가뜩이나 힘든 이 시기를 슬기롭게 넘어서길 바라본다. /생활산업부=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치킨 프랜차이즈 BHC 점주들이 4일 서울 송파구 BHC 본사 앞에서 닭고기 가격과 광고비 등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 등을 본사에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