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약·바이오업계 최대 화두는 대기업과 벤처·학계가 함께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이다. 신약 개발의 성공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신약 개발 성공 확률은 기존 폐쇄형 모델보다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988년부터 2012년까지 281개 제약회사를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폐쇄형 모델을 통한 신약개발 성공률은 11%인 것에 비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신약개발 성공률은 34%로 나타났다. 철저히 비밀을 유지하며 회사 내에서만 아이디어가 도출되고 R&D가 진행되는 기존 폐쇄형 모델과 달리 오픈 이노베이션은 신약 후보 물질에 대한 확실한 가능성을 갖고 접근하는 만큼 선택과 집중이 가능하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도 여러 제약·바이오벤처와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에피스는 바이오벤처의 경쟁력 있는 신약 후보물질의 글로벌 임상을 돕겠다고 나섰다. 바이오벤처가 발굴해 전임상까지 마친 신약후보물질에 대해 삼성이 개발비 전액을 부담해 글로벌 1~3상을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한미약품도 아주대와 줄기세포를 활용한 혁신 항암신약을 공동개발하기로 하는 한편 초기 단계 유망 신약 후보물질 발굴 및 신생 제약·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를 맡을 ‘한미벤처스’를 설립했다. 유한양행은 기술이전 형태로 오스코텍, 바이오니아와 계약을 체결했고, 이화여대 등 에도 투자했다.
하지만 오픈 이노베이션이 모든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만능검’은 아니다. 그럴 듯한 단어에만 몰두해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지 못하거나 눈 앞의 사업제휴에만 몰두해 장기적인 상생방안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있다. 기밀 유출·기업 규모에 따른 의사결정 속도 차이 등 부작용 낳는 경우도 상당하다. 한 바이오벤처 관계자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신약 개발이 완료돼도 불공정한 계약 조건 때문에 벤처가 가져갈 이익이 거의 없는 경우가 있다”며 “완성된 기술만 빼앗기고 버려지는 것은 아닌가 걱정된다”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수평적인 기업 생태계 조성이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필요한 부분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하고, 대기업도 중소기업의 기술을 존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기업은 지시하고 중소기업은 그대로 수행하는 기존의 원·하청관계의 연속일 수 밖에 없다. 정부 역시 단순한 일자리 몇만개 창출과 같은 구호에서 벗어나 규제와 지원의 조화, 거래 환경 개선이라는 시각에서 제약·바이오벤처 산업 혁신의 틀을 짜야 한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