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를 요양원에 보낸 A씨 가족은 최근 요양원의 폐쇄회로TV(CCTV)를 보고 깜짝 놀랐다. 노화로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요양보호사가 강제로 침대에 묶고 이 과정에서 할머니가 저항해 피가 나는데도 소독치료를 하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원장은 “이런 늙은이는 골방에 처넣어야 한다”고 폭언을 퍼부었다.
노인인구가 늘고 있지만 노인인권의식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본적인 생명권·존중권을 보장받지 못하면서 급기야 65세 이상 노인 4명 중 1명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노인의날(10월2일)을 맞아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7 노인인권종합보고서’를 1일 발표했다. 인권위는 노인 1,000명, 청장년층(18세 이상 65세 미만) 500명을 대상으로 노인인권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 응답자의 26%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수도권 거주(31.1%), 초등학교 졸업 이하 저학력자(30.5%), 배우자가 없는 경우(32%), 1인 가구(33.7%)의 경우 응답률이 더 높았다. 고독사를 우려하고 있다는 노인의 비율도 23.6%로 집계됐다. 지난 2016년 기준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53.3명으로 전체 자살률보다 2배가량 높다.
노인빈곤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노인 응답자 중 16.3%는 몸이 불편해 도움이 필요하지만 국가·가족 등으로부터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생계가 어려워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지만 받지 못했다는 응답률 역시 24.1%로 높은 편이다. 노인 10명 중 3명은 노후생활에 필요한 만큼 공적연금을 받지 못하고 있고 노후준비도 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노인에 대한 사회적 지원의 경우 청장년층의 부정적인 인식이 큰 상황이다. 사회가 노인의 빈곤에 대해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노인은 전체의 71.1%에 달했지만 청장년층은 34.2%에 불과했다. 이는 젊은 세대와 노년 세대 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문조사 결과 노인의 51.5%가 ‘청장년과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청장년과의 갈등이 심하다고 느낀 비율도 44.3%에 달했다. 청장년은 더 심했다. 87.6%가 ‘노인과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응답했고 80.4%는 노인과 청장년 간 갈등이 심하다고 여겼다. 결국 우리 사회가 청년층과 노년층의 소통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건강검진 항목에 정신건강검진을 포함하고 공적 돌봄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업의 고령자 고용 이행도도 점검해 고령자의 노동조건·근로환경을 개선할 필요도 지적됐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노인 세대가 미래 세대의 부담이라는 사회적 인식과 함께 노인혐오라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학대·자살·고독사·우울·치매 등 고위험군 노인층에 대한 맞춤형 예방 및 지원, 기초소득보장 강화 및 일자리 확충, 세대 교류와 소통 강화 등을 통해 노인인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