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 중 언제, 어떤 옷을 입고 어느 슈퍼마켓에서 무슨 제품을 살까. ‘카트 읽는 남자’의 저자인 독일의 젊은 사회학자 외른 회프너는 도심과 외곽의 크고 작은 슈퍼마켓에서 마주친 사람들을 통해 독일 사회의 구성원들을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슈퍼마켓은 우리가 비교적 꾸밈없이 행동하는 장소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계심이라는 방패를 내리고 자연스럽게 행동한다. 슈퍼마켓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면 인물의 성격은 물론, 그가 사회적으로 어느 집단에 속해 있고 어떤 취향과 기호를 지녔는지까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슈퍼마켓에서 만나고 관찰한 사람들을 10개 집단으로 분류했다. 시민 중산층, 디지털 원주민, 사회생태적 환경주의자, 보수적 기득권층, 진보적 지식인층, 순응적 실용주의자, 전통주의자, 성과주의자, 쾌락주의자, 불안정층 등 1980년대부터 독일 사회를 일궈온 각계각층의 집단이다.
저자는 삐딱하게 제멋대로 남들을 관찰하고 평가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깎아내리지 않는다. 재치 있는 방법으로 타인과 사회를 유연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그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서랍을 열자, 누군가를 우리 서랍에 집어넣어야 한다면 그들에게 다시 나올 수 있는 기회도 주어야 한다.” 1만 6,000원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