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독일 최대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과 손잡고 유럽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한다. 전기차 배터리 업계 후발 주자인 SK이노베이션의 승부수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폭스바겐이 유럽에 건설 예정인 전기차 배터리 전용 ‘기가팩토리’ 사업자로 참여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현재 물밑작업이 진행중이며 양측은 협상 추진 여부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이 폭스바겐과 손 잡을 경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인 SNE 리서치에 따르면 올 들어 SK이노베이션은 중국업체를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2.2%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테슬라의 파트너인 파나소닉(47.7%)은 물론 LG화학(18.7%), AESC(12.6%), 삼성SDI(9.0%) 등과 격차가 크다. 다만 올 들어 8월까지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160% 성장해 상위 10개 업체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 제휴가 성사될 경우 관련 점유율도 두자릿수로 뛰어 오를 전망이다.
이번 제휴 추진과 관련해 폭스바겐 입장에서는 제너럴모터스(GM)나 포드와 같은 미국 완성차 업체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은 테슬라를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테슬라는 각종 구설에도 불구하고 파나소닉과 손잡고 전기차 사업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으며 서로 간 ‘윈윈’효과로 글로벌 선도자로서의 입지도 굳혔다. 폭스바겐 또한 한국 최대 석유·화학 업체로 코발트나 니켈과 같은 전기차 핵심 자원을 안정적으로 수급 가능한 SK이노베이션과 손 잡을 경우 가솔린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 흐름을 선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달 열린 ‘CEO 세미나’에서 그룹사 연구개발(R&D) 부문의 융합을 강조한 만큼 SK하이닉스·SK텔레콤 등 그룹사 등과 시너지가 가능한 SK이노베이션의 미래 기술력에 주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과 폭스바겐의 제휴 추진에 대해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추진 중인 ‘포스트 반도체’ 찾기 작업이 본격화 됐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실제 SK그룹 내에서는 그룹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SK이노베이션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주목하고 있다. 유가 변동에 따라 마진이 좌우될 수밖에 없는 정유업과 플라스틱 관련 환경 규제 등으로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화학사업과 달리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 SK 수석 부회장이 전기차 사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의 미래 성장 축으로 바이오 외에 전기차 배터리를 주목하는 이들도 많다.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확대 방안도 보다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달 중국 장쑤성 창저우시에 리튬이온전지분리막(LiBS)과 세라믹코팅분리막(CCS) 생산공장을 신설하며 중국 시장 장악도 노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20년 자국 업체 육성 차원에서 지급했던 보조금 정책을 중단할 예정이라 국내 업체가 다시금 중국 시장에서 기지개를 켤 수 있을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또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 현지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도 검토 중이다. 현재 2~3곳 정도의 후보지를 놓고 경제성 등을 살펴보고 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