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이 지난 2014년 전세대란 이후 4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셋값이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집값이 올해 들어 오르면서 수요자들이 상당 부분 전·월세 시장에 머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내년부터는 전세가격 상승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14만 9,945건을 기록했다. 이 같은 전·월세 거래량은 ‘전세대란’이 발생했던 2014년 이후 최대치다.
세부적으로 보면 2014년 1~10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15만 1,398건이었다. 2015년 14만 9,353건, 2016년 14만 4,033건, 지난해 14만 6,587건을 기록했는데 올해 다시 2014년 수준으로 뛰어오르고 있다. 이 가운데 72% 가량은 전세거래다.
월별로 보면 전·월세 거래량은 3월(1만 9,766건)에 정점을 찍고 줄어드는가 싶더니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10월 거래량은 1만 4,595건으로 9월 거래 건수인 1만 1,500건보다 3,000여 건 늘었다. 지역별로는 강남(1,502건), 노원(1,467건), 송파(1,188건) 순으로 10월 거래량이 많았다.
이 같은 전·월세 선호 현상은 서울 집값이 큰 폭으로 뛰면서 실수요자들의 부담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집값 하락을 기다리며 전셋집에 대기하려는 수요가 많아진 것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비롯한 각종 대출 규제의 영향으로 비교적 가격 부담이 덜한 전세로 몰린 영향도 컸다.
수요가 몰리지만 전세가격은 하락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주간아파트 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대비 10월 29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은 -0.08%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매가는 6.93% 올랐다. 이는 전세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급 물량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의 올해 10월 기준 전세수급지수는 94.4로 기준치(100)을 밑돌고 있어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 다음 달부터는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에 9,510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며 동작구 아크로리버하임(1,073가구)과 강남구 래미안 루체하임(850가구) 등에서 입주가 진행된다.
매매가 상승세가 지속 되는 가운데 전세가가 약보합세를 유지하면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도 하락하고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10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60.3%를 기록했다. 이는 집값이 바닥을 지나던 지난 2013년 10월 60.1%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또 1년 전인 2017년 10월 전세가율이 70.9%였던 것과 비교할 때도 10%P가 넘게 하락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아파트 매매가격이 수년째 계속 올랐지만 상대적으로 전세가격은 적게 오르면서 전세가율이 계속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전세가격은 2년 단위로 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에 집값 상승기에 더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세가율이 낮아지게 되면 속칭 ‘갭투자’자들의 유입이 힘들어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물량이 소진되는 내년 상반기 이후부터는 전셋값이 다시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셋집을 주로 2년 단위로 계약하는 만큼 전세 선호 현상이 지속 되면 중장기적으로 전세 공급이 줄고 가격이 오를 수 있다”면서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물량들이 소화되고 나면 전세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