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신약 약가우대제도 개정안'에 뿔난 제약업계 "전면 수정하라" 반발

복지부·심평원, 지난 7일 개정안 전격 행정예고
제약협회, '조건 너무 까다로워' 전면수정 요구
국내 신약 개발 위해 외국의 허가 받아야할 판
업계 “미국 눈치보느라 제약산업 희생양 삼아”

정부의 ‘신약 약가 우대제도 개정안’을 두고 제약업계가 반발에 나섰다. 정부는 올해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 따라 지난 7일 미국 정부의 요구를 반영한 개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제약업계는 개정안이 약가 우대를 받기 위한 조건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어 신약 개발을 장려한다는 제도의 취지와는 반대로 신약 개발의 의지를 꺾어놓을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9일 성명을 내고 정부에 ‘신약 약가 우대제도 개정안을 전면수정하라’고 촉구했다.

협회가 전면수정을 요구한 개정안은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7일 행정예고한 ‘약제의 요양급여 대상 여부 등의 평가 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규정(안)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약가 우대가 가능한 신약으로 인정받으려면 △새로운 기전 또는 물질 △대체 가능한 다른 치료법이 없는 경우 △임상적 유용성 개선이 입증된 경우 △미국 식품의약국(FDA) 획기적 의약품 지정 또는 유럽의약품청(EMA) 신속심사 적용 대상 △희귀질환 치료제 또는 항암제 등 다섯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


협회는 정부가 미국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제도 본연의 취지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개정안을 내놨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초 지난 2016년 7월 제정된 신약 약가 우대제도는 신약의 약가를 높이 인정해 줌으로써 신약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국내 제약사가 만든 신약의 약가를 높이 쳐줌으로써 제약사의 국내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일자리 창출, 국민보건향상 등을 꾀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올 초 한미 FTA 재협상 과정에서 글로벌제약사들을 다수 보유한 미국 정부가 글로벌제약사들에 차별적인 조치라며 수정을 요구해왔고, 우리 정부는 ISDS 남용제한 등 다른 요구사항을 관철하는 대가로 이를 받아들여 연내 개정하겠다고 미국 정부에 약속한 바 있다.

미국 정부가 워낙 강력하게 주장한 사항이어서 개정안이 나오기 전부터 제약업계에서는 제약산업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로 이 개정안에는 제약업계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까다로운 조건들이 붙었다. 개정안대로라면 국내 제약사는 아무리 탁월한 신약을 개발하더라도 신약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인정을 받더라도 무조건 미국이나 유럽에 가서 신속심사허가를 받아야만 약가 우대를 받을 수 있다.

협회는 성명서에서 “국내 의약품정책을 수립한다면서 미국 FDA나 유럽 EMA의 신속심사 승인 등 외국의 허가를 전제조건으로 삼는 실로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 제약기업의 연구개발 장려를 포기한 것은 물론 더 나아가 자국 기업의 연구개발 의지를 말살하는 조치”라고 정부 개정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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