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요코하마에 있는 닛산 본사 앞에 일본·프랑스 국기와 닛산 회사기가 펄럭이고 있다. /요코하마=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르노사가 일본 닛산자동차에서 해임된 카를로스 곤 회장의 후임을 지명하겠다고 닛산 측에 요구한 데 대해 닛산이 “르노는 후임 회장을 지명할 자격이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곤 회장의 19년 경영체제가 막을 내리면서 ‘포스트 곤’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르노와 닛산 간 경영권 전쟁이 본격화한 것으로 보인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닛산의 최대주주인 르노가 전날 닛산 측의 곤 회장 해임에 앞서 닛산 이사회에 자신들이 곤 회장의 후임을 지명하겠다는 의향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곤의 해임을 계기로 불공평한 지분관계를 개선하려는 닛산은 이를 거부했다. 르노 측이 지명한 인사가 후임 회장직을 꿰찰 경우 지분구조 변경은 물론 닛산에 대한 르노 측의 영향력 줄이기도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르노 지분 15%를 보유한 프랑스 정부까지 닛산의 요구에 선을 그으면서 경영권을 둘러싼 양사 간 싸움은 프랑스와 일본의 신경전으로 확전되는 분위기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엘리제궁 고위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우리는 닛산의 르노 지분 늘리기 등 소유관계나 기업연합의 변경을 시도할 시점이 아니라고 본다”며 닛산의 움직임을 경고했다고 전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와 경제지 레제코 등은 ‘배은망덕한 일본’이나 ‘일본인의 쿠데타’라고 표현하며 르노와 프랑스 정부에 힘을 보태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고용 등 경제개혁에 대한 반발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입장에서는 닛산의 독립성이 높아질수록 르노가 ‘프랑스를 대표하는 기업’이라는 명분이 약해지기 때문에 닛산의 요구를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