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6,000억 지원한다는데…치매 신약개발 속도내나

대웅·보령제약 '아리셉트' 치료제
패치-주사형 업그레이드 잰걸음
SK케미칼·일동제약·메디포스트
줄기세포 등 활용 신약개발도 한창

정부가 앞으로 9년간 약 6,000억원의 국가 예산을 치매 치료제 개발에 투입하겠다고 선언하며 국내 치매 치료제 개발 현황에 관심이 쏠린다. 제약업계는 주로 치매 진행을 막는 효과를 가진 기존 치료제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투약 방식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또 초기 단계이기는 하지만 천연물과 줄기세포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치매를 완치해주는 치료제의 가능성을 찾고 있는 제약사들도 있다.


주된 방식은 자연에 있는 물질을 활용한 신약 개발이다. 가장 앞선 곳은 SK케미칼이다. 할미꽃 뿌리인 백두홍에서 얻은 물질을 응용해 치매 치료제를 개발 중인데 현재 임상 3상 단계다. 일동제약은 멀구슬나무의 열매에서 추출한 물질을 활용해 개발에 나섰다. 일동제약은 실제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대화제약도 묏대추나무의 씨에서 추출한 천연물 치매 치료제로 환자모집을 마치고 곧 임상 2상에 들어간다. 동아에스티도 지난 1월엔 2013년 동아치매센터를 설립해 치매 관련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줄기세포를 응용한 치료제 개발도 한창이다. 메디포스트는 제대혈에서 가져온 중간엽줄기세포를 원료로 한 치매 치료제 ‘뉴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임상 1/2a상을 진행 중이며 지난 2월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1/2a상 임상시험 승인을 얻었다. 바이오벤처 메디프론은 단백질의 응집을 억제하는 방식의 치매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치매의 진행 속도를 느리게 하는 기존 치료제의 새로운 제형 개발에 나서고 있는 업체들도 있다. 이는 신약 개발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웅제약과 보령제약 등이 일본 제약사 에자이의 치매 치료제 ‘아리셉트(성분명:도네페질)’를 패치형과 주사형으로 개발하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치매 치료제 개발은 글로벌제약사들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다. 소요되는 연구개발비도 천문학적이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크고 성장성이 좋아 개발경쟁도 치열하다.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ADI)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3조5,000억원이었던 세계 치매 치료제 시장 규모는 오는 2024년에는 13조5,000억 원으로 4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치매 치료제 개발에 정부가 관심을 보인 건 환영할만한 일”이라면서도 “경쟁도 치열하고 개발비도 많이 드는 만큼 단순히 나눠주기식 예산 배분보다는 정말 가능성 있는 기술에 효과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