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성의 낚시꾼 스윙.
브라이슨 디섐보의 싱글 플레인 스윙.
짐 퓨릭의 8자 스윙.
‘정석은 있어도 정답은 없다’는 말은 골프 스윙에도 적용된다. 교과서적인 스윙 이론은 있지만 누구나 똑같이 휘두를 수는 없다. 개인마다 체형과 유연성·근력 등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프로골프 무대에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스윙으로 필드를 정복한 선수들이 적지 않다.
최근 최호성(45)이 벼락스타로 떠오르면서 다시 한 번 정형을 깨뜨린 파격적 스윙이 관심을 모은다. 최호성은 볼을 치고 난 뒤 오른발을 들어 올린 채 왼발로 중심을 잡으며 스윙을 마무리한다. 피니시 때 클럽을 잡고 있는 모양이나 다리 자세가 낚싯대를 잡아채는 동작과 닮았다고 해서 ‘낚시꾼 스윙’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올해 6월 KPGA와 아시아 투어를 겸하는 한국 오픈에서 기상천외한 폼으로 우승 경쟁을 펼쳐 집중조명을 받았다. 외신들도 ‘미친 스윙’ ‘세계에서 가장 우스꽝스러운 스윙’이라며 앞다퉈 관심을 나타냈다. 지난 25일 끝난 카시오 월드오픈에서 5년 만에 일본 투어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하면서 다시 큰 화제가 됐다. 미국 매체 골프채널은 “최호성을 센세이션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던 유니크한 스윙이 이번에는 그를 우승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괴짜’ 브라이슨 디섐보(25·미국)도 통념을 파괴하고 있다. 대학에서 전공한 물리학을 동원해 아이언 클럽 샤프트 길이를 모두 똑같이 만들어 쓰는 그는 스윙도 남다르다. 백스윙 때와 다운스윙 때 샤프트가 만드는 스윙면이 거의 동일한 ‘싱글 플레인 스윙’이다. 어드레스에서 임팩트 자세를 만들고 코킹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 클럽이 오르내리는 길을 똑같게 하면 오차가 적다는 생각에서다. 최근 6개월 새 4승을 거두면서 디섐보를 향한 평가가 ‘괴짜’에서 ‘필드의 물리학자’로 점차 바뀌어 가는 분위기다.
스윙면과 관련해 짐 퓨릭(47·미국)을 빼놓을 수 없다. 퓨릭은 디섐보와 대조적으로 백스윙과 다운스윙의 궤도가 다른 극단적인 ‘투 플레인 스윙’을 한다. 가파르게 올렸다가 내려앉으면서 평탄하게 휘둘러 뒤쪽에서 보면 백스윙 톱에서 클럽헤드가 ‘8’을 그려 ‘8자 스윙’이라 불린다. 정확도가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스윙이지만 퓨릭은 통산 17승과 6,869만달러(약 775억원)의 상금을 수확했고 2016년 트레블러스 챔피언십에서는 최초로 58타를 기록했다.
박인비(30)도 자신만의 스윙으로 ‘골프여제’에 오른 케이스다. 백스윙을 매우 느리고 가파르게 들어 올리면서 왼손목을 거의 꺾지 않는 ‘노 코킹 스윙’이다. 일반적으로 코킹을 하지 않으면 스냅을 활용하기 어려워 비거리 증대에 불리하다. 하지만 부족한 손목 유연성을 어깨와 몸통 회전, 그리고 높은 정확도로 극복한 박인비는 메이저 7승을 포함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19승을 거뒀고 올림픽 금메달까지 따냈다.
이 밖에 점프하는 듯한 임팩트 동작으로 폭발력을 내는 저스틴 토머스(미국), 백스윙 톱에서 한동안 정지했다가 다운스윙을 하는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어드레스에서 양발을 모았다가 백스윙과 다운스윙 때 한 발씩 옆으로 스텝을 밟는 김혜윤(29), 피니시 때 팔을 높이 쳐들었던 아널드 파머 등도 개성 있는 스윙으로 우승을 사냥했다. “골프는 얼마나 아름다운 스윙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같은 스윙을 반복할 수 있느냐의 게임”이라는 리 트레비노(79·미국·통산 29승)의 말은 전문 교육을 받지 않은 주말 골퍼들에게도 훌륭한 조언이 될 수 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