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팬이 건넨 태극기를 두르고 활짝 웃으며 라커룸으로 돌아가는 토트넘 손흥민. /런던=로이터연합뉴스
2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에미리츠 스타디움. 아스널전 완승의 기쁨에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던 토트넘 팬들을 위해 이날의 주인공 손흥민(토트넘)은 화끈한 팬서비스를 선보였다. 유니폼 상의를 벗어 원정 팬들에게 들어 보이며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관중석 한편의 한 팬에게 곱게 접어 선물했다. 그러자 이 팬은 기다렸다는 듯 태극기를 건넸다. 뜻밖의 선물에 빙긋 웃어 보인 손흥민은 신이 난 듯 태극기를 손에 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어 올렸다가 감사의 의미를 담아 머리 위로 박수를 쳤다. 태극기를 두르고 라커룸으로 돌아가는 손흥민의 등 뒤로 팬들의 따뜻한 박수가 이어졌다.
외국 팬의 태극기 선물에 신이 난 듯 승리의 제스처를 취하는 토트넘 손흥민. /런던=AP연합뉴스
얼마 뒤 믹스트존에서 국내 취재진을 만난 손흥민은 “관중석에 태극기가 있는 것을 봤다. 외국 분이었다. 원정 경기 때도 태극기를 자주 보는데 그분이 그분인 것 같다”며 “태극기를 들고 늘 응원해주시기 때문에 저에게는 소중하다. 유니폼을 드렸더니 태극기를 던져주시더라”고 설명했다.
같은 나라 팬도 아닌 외국 사람이 응원 선수를 위해 그의 조국 국기를 들고 응원하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세리머니에 사용하라는 듯 태극기를 건넨 ‘센스’도 주목받고 있다.
손흥민이 현장의 팬에게 유니폼을 선물하는 일이 요즘 들어 잦아지고 있다. 그만큼 최근 활약이 뚜렷하다는 뜻. 지난 9일 정규리그 레스터시티전에서는 1골 1도움으로 맹활약한 뒤 보안요원 사이를 비집고 원정 응원단의 맨 앞 열 어린이에게 유니폼을 선물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 어린이는 손흥민을 응원하는 피켓에 한글로 ‘셔츠 좀 갖다 주세요’라고 정성스럽게 적어 경기 내내 열정적인 응원을 펼쳤다. 손흥민의 유니폼 선물 서비스가 널리 알려진 만큼 한글이나 태극기를 이용한 ‘취향 저격’ 응원은 날로 늘어날지도 모르겠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