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특별허용 추진] 文정부 첫 수도권 규제 완화…'盧의 파주LCD 결단' 재연할까

디스플레이 글로벌 톱 뒤 '파격적 선행 투자' 있어
한국경제의 지탱점 반도체도 거점 산단 필요 커져
중국 추격 따돌리고…기업들 투자 유인 더 이끌 듯

지난 2006년 4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LG필립스 LCD 파주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정재계 관계자들과 터치 버튼을 누른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반도체(메모리)·디스플레이 산업이 각각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며 한국의 경제 성장을 선두에서 이끌 수 있게 된 배경에는 미래를 내다본 대규모 선행 투자가 있었다. 지난 2006년 준공한 경기 파주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이 대표적이다. LG필립스LCD는 이 공장에 5조3,000억원을 투자해 공장 한 개 층의 면적만 축구경기장 6개와 맞먹는 세계 최대 LCD 생산시설을 세웠다. 올해 다소 주춤하지만 LG디스플레이는 이 투자를 통해 지난해 매출 27조7,902억원, 영업이익 2조4,616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지난 10년 동안 디스플레이 업계의 획기적 성장을 이끌었던 파주공장 설립이 처음부터 수월했던 것은 아니었다. LG필립스LCD는 2003년부터 경기도와 세계 최대 LCD 공장을 세우는 투자 양해각서를 맺었지만 수도권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경기도는 수도권 규제에 따라 대규모 공장의 신·증축이 제한돼 있었고 특히 경기 북부지역은 휴전선 근처 군사 지역이어서 제약 조건도 많았다. 꼬인 실타래를 풀어준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노 대통령은 2003년 3월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외국인 투자에 대한 규제를 신속히 완화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따라 정부는 수도권에 새로운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시행령을 개정했다. 파주시는 군과 수차례 협의해 군사시설 등을 이전했다. 당시 파주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노 대통령은 대기업과 외국자본에 대한 특혜 논란을 의식한 듯 “외국자본에 대한 부당한 특혜가 있어서도 안 되겠지만 외국자본이라 해서 불이익을 받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는 우리 경제의 활력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10년간 120조원이 투입될 예정인 SK하이닉스의 대중소 상생형 반도체클러스터 조성 계획도 과거 LG가 파주공장의 부지를 확보할 당시처럼 수도권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경기도는 7월 제3차 수도권정비계획에 따라 오는 2020년까지 일반 산업단지 부지 물량 617만㎡를 배정받았는데 이미 개발 계획이 다 정해져 있다. 약 400만㎡ 규모로 예상되는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용인시에 들어서려면 반드시 일반 물량 이외에 새로운 산업단지를 조성할 수 있는 특별 물량을 배정받아야 한다. 예외적으로 특별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서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 계획에 대한 국가적 필요성을 인정해 수도권정비위원회에 안건을 올려야 한다. 이는 노무현 정부가 LG 파주공장의 든든한 뒷배가 돼준 것처럼 정권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면 성사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자칫하면 특혜 의혹이 될 수 있어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면서 “이 프로젝트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경제 회복을 위해 이 프로젝트에 총력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7일 산업부 업무보고 이후 기자들과 만나 “입지·전력·용수 등 투자에 문제가 없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는 후발국의 추격을 따돌리는 것은 물론 장비·소재 등 생태계 전반이 동반 성장하는 데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산업부 장관이 내년 수도권정비위원회에 특별 신청을 한 후에는 ‘국가적 필요성’의 인정 여부가 상당히 중요하다. 수도권정비계획에 따르면 국가적 필요에 의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요청해 수도권정비위원회에서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일반 산업단지 공급물량 이외에 추가 공급을 할 수 있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국가적으로도 반도체 산업이 2030년까지 계속 1등 위치를 유지하면 우리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되고 중소기업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국가적 필요성이 인정되도록 관련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특별 물량 배정 이외에도 산업단지 지정절차, 개발사업시행계획, 토지 수용 절차 등 행정절차를 거치면 최소 3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내년 허가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과거 경기도에 산업단지 특별 물량을 배정받은 삼성 고덕산업단지도 2006년 산업단지 지정 이후 2015년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단지가 착공되기까지 10년 넘는 시일이 걸렸다. LG전자 역시 경기도 평택 진위산업단지에 입주하기까지 수년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이번 프로젝트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전환에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이 프로젝트를 성사시킨다면 경제정책의 방향을 혁신성장으로 전환했다고 보여줄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국가 경제 전반에 플러스 효과가 있다면 기업들에 이러한 투자 유인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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