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거 형사의 도움으로 30년만에 헤어진 가족 만난 절도범

경찰서에서 어머니와 통화하며 오열...출소 후 새로운 삶 시작해

사연을 전한 이성민 경사./ 경기 수원남부경찰서 제공

어린 시절 가족과 헤어진 뒤 의지할 곳 없이 방황하며 도둑질을 일삼던 절도범에게 가족을 찾아준 어느 형사의 사연이 알려져 연말연시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경기 수원남부경찰서 형사과 이성민(45) 경사는 지난 6월 출근길에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전화를 건 주인공은 A(45)씨로, “형사님, 접니다. 얼마 전 출소했는데 형사님에게 제일 먼저 전화하고 싶었습니다. 형사님 덕분에 가족들 도움으로 일하면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소식을 전했다.

이 경사와 A씨는 3년 전인 지난 2015년 5월 형사와 절도범으로 처음 만났다. 당시 A씨는 수원 일대 아파트와 단독주택을 돌며 21차례에 걸쳐 절도 행각을 벌였고 당시 이 경사가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22살이던 1995년부터 같은 범죄를 반복해 절도 전과가 이미 7건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서 책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A씨에게 이 경사는 “왜 이렇게 잘못을 반복하느냐”고 물었고, A씨는 “출소할 때마다 제대로 살아야지 다짐하지만 의지할 가족이 없어서 그런지 마음대로 잘 안 된다”고 본심을 전달했다.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A씨가 중학생 때 어머니와 연락이 끊긴 이후 쭉 혼자 지내며 남의 물건에 손을 대기 시작한 사실을 알게 된 이 경사는 A씨에게 어머니를 찾아주기로 결심했다.

A씨의 호적을 확인하고 A씨의 어머니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한 이 경사는 A씨 어머니 앞으로 가입된 휴대전화까지 파악했다. 이후 두 모자에게 통화를 원하는지 묻고선 경찰서에서 영상통화로나마 30년만에 만남의 자리를 만들었다. A씨와 어머니는 휴대전화 화면으로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 그리움과 안타까움, 서러움에 오열했다. 이렇게 어머니와 짧은 재회의 시간을 가진 A씨는 경찰 수사를 마저 받은 뒤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을 선고받게 됐다.

A씨의 어머니는 A씨가 수감된 동안 교도소로 자주 면회를 가, 아들과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정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지난 6월 출소한 A씨는 어머니와 형제들이 있는 경기도 평택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출근길 A씨로부터 감사 전화를 받은 이 경사는 경찰 생활 16년 만에 가장 큰 보람을 느끼고는 감정이 북받쳐 잠시 차를 세우고 눈물을 흘렸다고 언급했다. 이 경사는 “나와 나이가 같은 A씨가 이방인처럼 사회 밖으로 도는 모습이 안타까워서 어머니를 찾게끔 도와줬고 그로 인해 출소와 수감을 반복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게 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꼈다”며 “A씨가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새 삶을 살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변문우인턴기자 bmw101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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