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청와대 직원들은 더 엄격한 윤리적·도덕적 기준에 따라 행동하고 처신은 물론 언행조차 조심해야 한다”며 “스스로를 거울에 비춰보듯, 살얼음판을 걷듯 자중자애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의 잇따른 공직기강 해이 문제가 불거진 후 이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언급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오전 청와대에서 당 지도부 초청 오찬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발언이 청와대 전 직원에게 생중계 됐다는 점, ‘국민 눈높이에 맞출 수 없다면 청와대에 있을 수 없다’는 강도 높은 발언을 한 것에 미뤄 청와대 기강 해이와 관련한 경고 내지는 고강도의 쇄신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일이 손에 익게 되면 요령이 생기고 긴장이 풀어질 수 있다”며 “일을 관성적으로 하게 된다. 처음 업무를 맡았을 때 열정과 조심스러움이 교차하는 그 날선 느낌처럼 초심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치지 말자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지금까지 권력기관 개혁, 공정경제, 직장 내 갑질, 적폐청산 등 정부 차원의 개혁이 이뤄졌지만 국민의 개혁 요구는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개혁은 더 많은 개혁의 요구로 이어지기 때문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면서도 “힘들게 이룬 개혁은 당연시되고 더 많은 개혁의 요구가 불만과 비판으로 이어지는 ‘개혁의 역설’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지치거나 낙담해서는 안 된다. 요구에 응답해 또박또박 할 일을 해나가면 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와 청와대는 국민에게 무한대의 의무를 지고 있다”며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신발 끈을 동여맬 것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문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오찬에서 이해찬 대표는 “경제에 대해 비판을 하지만 지표상으로 보면 체질이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1분위(소득 하위 20%) 계층은 어렵지만 2·3분위부터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수출도 견고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간이 걸리니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꾸준히 정성 들여 민생대책을 세우면 국민들도 이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