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이 지난 2011년 이후 7년 만에 세계 수주 점유율 40%를 넘겼다. 수주량 기준으로도 해양플랜트발(發) 위기를 맞았던 2015년 이후 처음으로 1,00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를 넘어서며 예상대로 7년 만에 세계 1위를 탈환했다.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무너지는 가운데 그나마 조선업의 회복이 올해 유일하게 희망적이다.
4일 영국의 조선·해운 시장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 조선업은 지난해 1,263만CGT의 일감을 수주해 세계 선박 발주량의 44.2%를 차지했다. 한국 조선업이 세계 수주 점유율 40% 이상을 기록한 것은 2011년(40.3%) 이후 처음이다. 수주량도 1,263만CGT를 기록해 2017년(645만CGT)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해양플랜트 과잉수주의 악몽을 겪은 직후인 2016년(222만CGT)보다는 무려 다섯 배나 큰 규모다. 한국 조선 업체들은 2010년대 초 해양플랜트 건조에 너도나도 뛰어들었지만 유가 급락과 잦은 설계변경 탓에 2015년에만 7조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2016년에는 세계 선박 발주량도 급감하며 악몽 같은 시기를 보냈다.
2위 중국은 올해 수주량 915만CGT를 기록했다. 2017년(919만CGT)보다 오히려 줄었다. 중국은 수주 점유율도 2017년 41.8%에서 지난해 32%로 급감했다. 3위 일본은 359만CGT를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말 수주잔량(남은 일감) 기준으로는 중국이 2,893만CGT로 여전히 1위였다. 한국은 2,188만CGT를 기록했고 일본은 1,365만CGT였다.
한국이 지난해 수주 점유율 40%를 넘기며 7년 만에 세계 1위를 탈환한 것은 기술력을 앞세워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을 집중 수주한 덕분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 ‘빅3’는 지난해 발주된 LNG 운반선 76척(584만CGT) 중 66척(563만CGT)을 수주해 96.4%를 쓸어담았다. 국내 조선사 전체 수주량의 44.6%다. 지난해 한국이 수주한 선박 수는 263척으로 438척의 중국에 크게 뒤진다. 그러나 수주량을 측정하는 단위인 CGT는 선박의 단순 무게에 부가가치와 작업 난이도 등을 곱한 단위다. 그만큼 선박의 부가가치가 반영된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수주 호조에는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LNG 운반선 발주 호황이 큰 역할을 했다”며 “중국 업체들이 구조조정 과정을 거친 덕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조선 업체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LNG 운반선 호조에 힘입어 선박 수주 목표액을 늘렸다. 지난해 137억달러어치를 수주해 목표(132억달러)를 초과달성한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포함)은 올해 159억달러의 일감을 따내 반드시 흑자전환을 이루겠다고 벼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목표 수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지난해보다 10%가량 수주 목표액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유가 불안정성 때문에 해양플랜트 발주량은 올해도 적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LNG발 훈풍을 타고 국내 조선사들이 목표액을 늘렸다”고 말했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