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성현석 서경도락 대표, 한식에 애정 강해…해외진출 준비

“직화불고기·평양냉면 등 ‘개성 있는 맛’ 통했다”

최근 강남지역 평양냉면과 불고기 강자로 떠오른 곳이 있다. 도산대로를 따라 청담동으로 가기 직전 강남을지병원 사거리에 있는 ‘서경도락’. 이 곳은 평양냉면 마니아들이 성지로 손꼽는 곳 중 하나다. 옛 신문에서 직화 불고기 힌트를 얻어서 개발하는 데 성공했고, 평양냉면 역시 고집스럽게 맛을 찾아냈다. 짧은 시간에 서경도락을 급성장시킨 성현석 사장을 만나 외식업에 대한 소신과 철학을 들었다.


평양식 직화불고기·평양냉면 전문점을 강남과 마포에서 경영하고 있는 서경도락 성현석 대표는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강한 개성이 없으면 다변하는 외식시장에서 지속가능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서경도락 숯불직화 불고기와 평양냉면이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인기 비결은 무엇인가?

평양냉면 전문점에는 불고기와 평양냉면을 함께 판매하는 곳이 많다. 대표적인 곳이 우래옥, 봉피양, 한일관 등이다. 평양냉면은 면의 메밀 함량, 육수 재료들 차이로 식당마다 개성을 갖고 있다. 평양냉면을 처음 개발할 때 간장 베이스로 간을 맞췄더니 우래옥과 비슷하다는 평을 많이 들었다.

육수 맛과 육향 등을 종합할 때 냉면 맛이 우래옥, 봉피양, 능라도 순으로 강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맛이 좋았지만 서경도락만의 개성을 가져보잔 차원에서 육수 맛을 봉피양과 능라도 사이에 포지셔닝 시켰다. 면 역시 소다와 전분 등을 일체 넣지 않은 메밀 100% 순면으로 차별화를 시켰다.

불고기 역시 다양한 조리방식이 있는 데 대부분 서울식인 전골 불고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직화 불고기’로 차별화 전략을 세웠는데 그 부분이 맞아떨어진 것 같다. 불고기 메뉴를 개발하면서 ‘진짜 불고기’가 무엇인가 의문을 품었다.

각종 자료를 뒤져서 서경도락만의 불고기를 만들어 갔다. 결정적인 힌트는 1935년 5월5일자 <동아일보> 기사다. 평양 목단대(牡丹臺) 주변에서 불고기를 구우면 연기 때문에 소나무가 시들해지고 냄새 때문에 관광객들에게 불편함을 주니 장사를 못하게 했다는 내용이었다.

순간 몇 가지 힌트가 번뜩 생각났다. 당시 불고기는 △직화 간장양념 △설탕이 귀한 시절이라 달지 않았을 것 △그리 비싸지 않은 서민적 가격 △당연히 한우였을 것이란 추론을 했고 이를 바탕으로 서경도락 불고기를 만들어 세상에 선보이게 된 것이다. 평양냉면과 불고기 전문점은 전국에 많이 있지만 서경도락만의 개성을 찾아서 만든 유일한 맛이기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다고 생각한다.

- 서경도락이 현재 2호점까지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사업 요청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향후 계획은 어떠한가?

서경도락 음식들을 디테일로 들어가면 미묘한 맛 차이가 난다. 장아찌, 파김치 등 균일한 조건에서 숙성이 필요한 밑반찬이 많다. 메인 메뉴는 원 재료가 신선하고 품질이 좋으면 맛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밑반찬은 만들고 숙성하는 과정에서 디테일한 테크닉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무작정 점포를 늘리는 다점포 전략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

다만 직영점을 몇 개 늘릴 계획은 있다. 가맹사업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주인의식을 심어주고 본사와 책임을 나눠 갖기 위해 공동투자 형태로 직영점을 개설할 방침이다. 외식업은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맛’이 선택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맛이 흔들리고 변하면 고객들이 금세 알아차리고 외면한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늘리면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맛을 담보로 그런 무모한 모험은 하고 싶지 않다. 맛은 서경도락의 최후의 자존심이다. 이같은 국내 정책과 함께 올해는 해외로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국내 외식시장 보다 훨씬 매력적인 시장을 찾아 글로벌 서경도락의 첫 발을 떼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직화불고기에 마무리 평양냉면’, 선육후면의 세계를 알면 진정한 식도락 고수라는 점을 강조하는 성현석 대표.

- 축산유통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유통에 대해 공부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무엇인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음식은 합리적 가격과 그에 걸맞은 식재료로 승부가 난다고 생각한다. 요즘 한우 오마카세 점포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정감 있는 식당을 운영하고자 하는 것이지 틀에 박힌 ‘한국음식점’을 하고 싶지는 않다. 한우도 투뿔(1++) 중에 우리 음식 딱 맞는 한우가 있다. 그것을 발굴해 계속 발전시키기 위해 축산유통 쪽 공부하고 있다.

- 장기적으로 외식시장이 어떻게 변화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서경도락의 성장 계획을 알려 달라.

2019년도는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해가 될 것이라고 한다. 서경도락 또한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임대료, 인건비, 재료비 인상과 소비심리 등이 변수다. 이럴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살아남고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외식업은 깊이 있게 공부하지 않거나 개성을 갖지 않으면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이다. 서경도락 불고기에 답이 담겨 있을 수 있다. 불고기 종류는 많다. 그중에서 직화로 달지 않으면서 육즙과 향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서경도락 뿐이라고 자부한다. 이처럼 평범해 보이지만 강한 개성이 없으면 다변하는 외식시장에서 지속가능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음식에 대한 철학이 무엇인가? 음식을 만들어 파는 과정에서 가지고 있는 소신, 식재료와 종업원 등 하드, 소프트웨어적인 모든 분야를 아울러서 음식업을 하는 철학적 이유는?

외할아버지가 독립운동가셨다. 그래서 집안 대대로 애국심이 강하다. 한식에 대한 사랑도 애국심의 연장선상이다. 한식은 일제 강점기를 전후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좀 더 빠르고 강하게 변화하고 있다. 그런데 한식을 전공하는 젊은이들이 많지 않다. TV 속 스타 셰프들은 해외파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한식에 집중하면서 지속 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해 나갈 것이다. 궁극적으로 우리 한식을 해외에 적극 소개하고 싶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변에 있는 서경도락 강남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성현석 대표. 그는 가장 존경하는 외식인으로 디딤의 이범택 대표를 주저 없이 꼽았다.

성 대표는 디딤의 이범택 대표이사를 가장 존경하는 외식인으로 손꼽았다. 이 대표는 실력도 좋지만 인격적으로 매우 훌륭하다고 표현했다. 이 대표는 외식업체 ‘新마포갈매기’ 신화에 이어 최근에는 연안식당으로 주가를 높이 날리고 있는 인물이다. 2017년 8월 SPAC상장으로 코스닥 주식시장에 상장한 실력 있는 외식인이다. 성 대표는 이 대표의 활발한 해외 진출 행보가 한식 세계화를 앞당기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성 대표의 인생 좌우명은 ‘나처럼 살자!’다. 주위에서 성 대표를 표현할 때 밝다, 솔직하다, 남자답다 등 긍정적으로 표현을 많이 해준다고 한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좋게 봐준 모습대로 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면서 주변 눈치 보지 않는 당당한 삶을 살겠단 의지를 담은 좌우명이라고 밝혔다.

성 대표는 끝으로 현재 같이 일하고 있는 식구 같은 직원들에게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외식업이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서경도락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란 이유를 덧붙였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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