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어학회 회원이자 우리말 사전 편찬의 주역이었던 이극로 선생은 “말은 민족의 정신이요 글은 민족의 생명이니, 정신과 생명이 있으면 그 민족은 영원불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제국주의의 서슬 퍼런 탄압이 이어지던 당시 조선어학회의 사전 편찬 작업은 곧 ‘말과 글을 지키기 위한 독립운동’이나 다름없었다.
최경봉 원광대 국문과 교수가 지은 ‘우리말의 탄생’은 한국어 사전 편찬의 50년 역사를 풍부한 사료와 사진을 통해 복원한다. 우리말을 말살하고자 했던 일제에 목숨을 걸고 맞섰던 조선어학회 회원들의 눈물겨운 싸움을 다룬 영화 ‘말모이’가 최근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더욱 주목받는 저서다.
이 책은 이극로 선생을 비롯해 근대 국어학의 대부인 주시경, 식민지 지식인들의 모임인 광문회 회원들을 하나하나 소환하면서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직후까지 민족사의 격동기에 최초의 우리말 사전 편찬에 인생을 바쳤던 이들의 좌절과 고통, 환희와 기쁨을 담는다. 이를 통해 한국의 근현대사를 새로운 각도로 조명하면서 진정한 우리말과 우리글은 ‘우리말 사전의 탄생’을 기점으로 확립됐다고 강조한다. 1만6,500원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