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에 다시 지재권 압박...얼어붙은 G2

美, 고위급 협상 일주일 앞두고 차관급 협상 취소
커들로 "계획된 회동 없었다" 해명불구 강경론에 힘
美상의도 '中제조 2025' 비판 보고서 USTR 제출
中, 美대두 이어 밀 수입 확대...트럼프 달래기 총력


이달 말 열리는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일주일가량 앞두고 차관급 실무협상이 전격 취소되는 등 냉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백악관은 실무협상 계획이 애초부터 없었다며 애써 진화에 나섰지만 중국의 기술침해 방지대책과 지식재산권 보호 등 구조적 개혁이 여전히 한계를 보이자 강경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미 경제매체 CNBC는 22일(현지시간) 미 무역대표부(USTR) 관리들이 당초 이번주 중국의 차관급 인사 2명과 ‘기획미팅(planning meeting)’을 할 예정이었지만 지재권 규정 집행과 관련한 이견 속에 미국 측이 만남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미중 통상관계자 간에 계획됐던 이번주 회동은 류허 중국 부총리가 오는 30~31일 워싱턴DC를 방문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및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고위급회담을 열기에 앞서 사전 의제를 조율하는 준비모임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류 부총리의 방미에 앞서 전화 협의 등으로 고위급회담 준비를 이어가는 것으로 일단 갈등을 봉합했다고 알려졌으나 외신들은 “미중 무역협상이 합의점에 이르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측 인사들의 방미 무산이 미중 무역협상 타결의 어려움을 방증한다는 해석과 함께 이날 뉴욕증시가 급락하자 래리 커들로 백악관 경제위원장도 CNBC에 출연해 “중국과 계획된 회동은 없었다”고 반박한 뒤 이달 말 고위급회담과 관련해 “매우 중요하고 결정적인 회담이 될 것”이라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USTR이 당초 중국 당국에 요구한 핵심사안인 자국 기업 보조금 지급 금지나 해외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방지 등의 이슈에서 양측이 여전히 평행선을 이어가 3월1일로 예정된 시한 내 무역협상 타결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상공회의소는 이날 중국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 제조 2025’를 비판적으로 지적한 보고서를 USTR에 제출해 미중 간 냉각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미 상의는 보고서에서 중국 당국뿐 아니라 지방 정부도 로봇·통신 기술 발전 등을 위해 현지기업 지원에 광범위하게 개입하고 있다며 중국의 불공정한 경쟁에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USTR의 무역협상에 논리와 실증적 사례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온 상의의 이번 보고서가 “중국을 압박할 더 많은 증거를 제공했다”고 WSJ는 평가했다.

미중 무역협상이 실질적 성과에 한계를 보이는 상황에서 미 법무부가 캐나다에 억류 중인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 창업주의 딸 멍완저우 부회장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강행하기로 한 점도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마크 리먼디 미 법무부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멍 부회장의 인도를 청구할 것”이라며 미국과 캐나다 간 범죄인 인도 시한인 30일 이전에 정식 인도 요청을 할 것임을 확인했다. 캐나다 법원은 미국의 신변인도 요청 제출 이후 3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도록 돼 있어 당장 미중 고위급회담 이전에 그의 신변에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3월1일이 시한인 미중 무역협상에 상당한 변수가 될 것은 불가피하다. 중국 정부는 캐나다에서 가택연금 중인 멍 부회장을 완전히 석방하라며 전방위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편 무역전쟁으로 경제성장 둔화세가 확연해진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주요 어젠다인 ‘중국 제조 2025’ 포기 등은 피해 가면서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비위를 맞춰 무역협상을 마무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날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확대한 데 이어 미국 밀을 최대 700만톤까지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우선적으로 늘리는 것은 농업지역이 공화당의 텃밭인 점을 의식한 것으로 미중 무역협상에 긍정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굳히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뉴욕=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