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수(왼쪽 네번째) 이화여대 교수 등 회계전문가들이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원칙중심 회계와 회계감사’ 특별세미나에서 토론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회계학회
회계사 10명 중 8명은 원칙중심인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감사 환경이 나빠졌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원인으로 IFRS의 핵심 가치인 원칙중심에 반하는 제재를 가하는 금융당국의 감리 기조를 꼽아 감리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명전 숙명여대 교수는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원칙중심 회계와 회계감사’ 특별 세미나에서 원칙중심의 회계기준이 외부감사에 미친 영향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종수(왼쪽 네번째) 이화여대 교수 등 회계전문가들이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원칙중심 회계와 회계감사’ 특별세미나에서 토론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회계학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188명) 중 84.6%는 원칙중심 회계기준으로 감사 환경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원칙중심 회계는 판단의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감리 징계 단계에서는 이런 점을 감안하지 않는 당국의 감리 기조가 감사 환경이 나빠진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답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들은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금융당국은 이들의 의견과 달리 분식회계라고 결론 내렸다.
질의회신 권한이 있는 금융감독원이나 한국회계기준원이 규제중심의 K-GAPP 시절보다 사전적 의견표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감사 환경을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회계기준은 더 복잡해지는데 회사의 이해수준은 이를 쫓아가지 못하는 상황, 외부감사인의 민사적 책임에 중점을 두는 외국과 달리 형사적인 책임까지 강하게 요구하는 감사인의 책임 증가 등이 악화 원인으로 나타났다. 어려움 해소방안으로는 질의회신 기능 확대, 비조치의견서 활성화, 충분한 감사시간 투입 등을 꼽았다.
회계법인 협의체 구성을 통해 정기적으로 이슈를 발의하고 해당 이슈에 대한 업계의 입장을 정리한 후 감독당국에 질의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방안과 감리 결과에 대해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회계심판원의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성연 한영회계법인 상무는 “금융당국이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우려에 주석에 자세히 공시를 못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감독당국이 공시를 자세히 한 기업에 대해서는 감리 시 이런 부분을 고려해주는 것이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선문 금융위원회 회계감독팀장은 “시장의 불신을 줄이기 위해 가이드라인 마련 등 당국이 할 수 있는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