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복동 할머니 빈소에서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연합뉴스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사흘째 각계 인사와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31일 낮 12시 20분께 빈소를 찾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김 할머니는 일제에 유린당했던 여성 인권의 문제, 위안부 문제를 드러내 세계 인류의 양심에 호소했다”며 “저희가 제대로 뒷받침하고 제도화하지 못한 부끄럼이 있다. 정부 관계자로서 당연히 조문 오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세계 인류가 원하는 것은 일본이 다시 태어나는 것”이라며 “한일관계 중요성도 알고 있지만, 고인과 같은 희생자들의 요구에 일본 지도자가 성실히 답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정오께에는 서주석 국방부 차관이 빈소를 찾았다. 서 차관은 “국방부는 본연의 임무 수행은 물론 국민 보호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안타까운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성명을 내고 “국군을 지휘하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군 수뇌부의 김 할머니 조문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유감스럽다”며 국방장관의 조문을 촉구한 바 있다. 센터는 “지난해 11월 정 장관은 미8군이 주최한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99세 생일 파티에 참석했다”면서 “국방부 장관이 친일반민족행위자명단에 이름을 올린 자의 생일을 축하해야 하는 것이 안타깝다. 군 수뇌부는 일본군의 만행에 짓밟혀 평생을 절규해 온 국민의 장례에는 빈소를 찾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일본 정부를 상대로 힘겨운 법정투쟁(일명 ‘관부재판’)을 벌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허스토리’의 주인공인 배우 김희애 씨와 민규동 감독도 이날 정오께 빈소를 찾았다.
이날 빈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김 할머니를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빈소를 찾은 시민 윤 모(65) 씨는 “소녀의 꿈을 잃어버리고 평생을 사신 할머니가 하늘 가서는 다시 좋은 꿈을 꾸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조문왔다”며 “독일은 과거사를 책임지는데 일본은 아직도 사과하지 않는다. 일본이 사죄해야 한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날 오전 조문을 위해 제주도에서 서울로 올라왔다는 양 모(25) 씨는 “제주평화나비에서 활동하고 있다”면서 “화해치유재단도 해산한다고 했는데 완전히 해산한 것 같지도 않고, 일본이 사죄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영등포여성회 윤미형(40) 회장은 회원 4명과 함께 조문을 왔다. 윤 회장은 “수요시위에도 꾸준히 나가고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활동을 했다”면서 “김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자이면서 인권운동가의 길도 걸었다. 그 뜻을 이어가자는 마음에서 왔다”고 말했다.
/정현정 인턴기자 jnghnji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