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만 시몬느자산운용 대표
“수개월 검토한 A쥬얼리 업체 인수 계약이 마지막에 무산됐지만 이런 경험이 전화위복이 돼 동종업계에서 대형 투자 건을 찾을 수 있었다.”
시몬느자산운용(이하 시몬느PE)은 이달 이랜드그룹의 유일한 상장사인 이월드(084680) 투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투자은행(IB)에서 사모투자(PE) 업계로 자리를 옮긴 심재만 시몬느자산운용 PE부문 대표의 데뷔작이다.
심재만 대표는 17일 서울경제신문 시그널과 만나 “이월드 투자 자금을 확보하면 이랜드그룹은 그동안 진행해 온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사실상 모두 해결한다”며 “이랜드그룹의 알짜배기 계열사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몬느PE는 이월드에 총 2,200억원을 투자했다. 시몬느PE가 프로젝트펀드로 1,000억원, 나머지는 유안타증권(003470)이 인수금융으로 제공한다. 시몬드PE는 이 자금으로 이월드의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전환사채(CB)에 각각 1,100억원씩 투자한다. 이월드는 이 자금으로 이랜드월드의 쥬얼리 사업부를 양수하는 데 활용할 예정이다. 쥬얼리 사업부는 중저가 브랜드로 잘 알려진 로이드(LLOYD)와 오에스티(O.S.T) 등 총 5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심 대표가 이월드에 투자를 결심한 배경에는 쥬얼리 사업부가 있다. 시몬느PE는 지난해 액세서리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A사의 경영권 인수를 추진했지만 막판에 협상이 결렬되는 아픔을 겪었다. 기회는 오히려 의외의 상황에서 찾아왔다. 당시 인수금융을 지원할 예정이었던 유안타증권은 A사 매각이 결렬되자 이월드 투자를 제안했다. 투자 기한이 촉박했던 터라 유안타증권은 위탁운용사(GP)를 맡아 줄 PE를 시급하게 찾던 중이었다.
심 대표는 “A사 인수 추진을 위해 오랜 시간 업계 동향을 조사해 놓은 덕분에 이월드 투자건 제안이 들어왔을 때도 빠르게 검토할 수 있었다”며 “비록 인수는 실패했지만 그 덕분에 투자 규모도 크고 시장에서도 관심이 높은 딜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액세서리 분야는 매년 7%대 성장률을 보이며 고성장 중이다. 이랜드 쥬얼리 사업부는 지난해 약 1,700억원의 매출과 17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대구 달서구 소재 놀이공원을 운영 중인 이월드에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사업부를 덧붙일 경우 회사 가치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심 대표의 판단이다.
시몬느PE는 발행일로부터 2년 6개월이 지나면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이랜드그룹 측과 계약했다. 다만 이 기간 중 이월드의 주가가 오르면 보유하고 있는 RCPS 중 400억원 가량은 상환받는 대신 주식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번 딜은 신생 운용사인 시몬느PE 에 의미가 크다. 부동산투자가 주력이었던 시몬느PE가 지난해 심 대표를 영입해 PE 본부를 신설하고 처음으로 만든 프로젝트펀드가 투자한 첫 투자처이기 때문이다. 이월드 투자로 추진력을 얻은 시몬느PE는 4차산업 관련 성장기업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조윤희·강도원 기자 choy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