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MB도 구속 재판" 양승태 보석 신청에 檢 강력 반대

양승태 "검찰, 재판 이해 못하고 사실 왜곡" 작심 비판

보석 심문에 출석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재판개입’ 의혹 등으로 기소된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구속 33일 만에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 심문을 받은 가운데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을 적극 반대했다. 구속 당시와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는 상황이란 이유에서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 보석 심문 기일에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측이 주장한 보석 사유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은 우선 “양 전 대법원장 측이 조사 과정부터 영장실질심사 때까지 반복했던 주장을 되풀이하고만 있다”며 “구속 영장이 발부된 뒤 달라진 사정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양 전 대법원장은 범죄사실을 여전히 전면 부정하고 하급자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경우 ‘윗분들이 말하지 않는데 어떻게 진술하겠느냐. 그분들이 진술하지 않으면 내가 안고 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검찰은 또 ‘지금의 구속 제도는 보복 감정 충족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양 전 대법원장 측 주장에 대해 “자신이 대법원장 때 정비한 영장 제도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검찰은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경우를 보더라도 연령과 주거 이유로 보석을 허가해주면 안된다”며 “(구속 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박병대·고영한 법원행정처장과는 공모 관계 여부 등에서 차이가 있는 데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해 차량 압수수색 당시 블랙박스 데이터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전력도 있다”고 강조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에 대해 “형사적으로 별 문제 없다는 법원 자체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목표 의식에 불타는 검사 수십 명을 동원해 법원을 이 잡듯 샅샅이 뒤졌다”며 “조물주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300여 페이지의 공소장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사 받는 과정에서 검찰이 법원의 재판 과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을 뼈저리게 깨달았다”며 “조사 과정에서 내가 진술한 것이 실제 취지와 달리 반영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지적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1일 47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중 41개가 재판 개입이나 사법부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공소장은 296쪽에 달한다. 이에 양 전 대법원장은 8일 후인 지난 19일 “도주·증거인멸 우려 및 전과가 없는 데도 수사기관의 일방적인 언론 플레이에 이미 유죄를 인정받은 것처럼 낙인이 찍혔다”며 법원에 보석 청구서를 제출했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보석 여부는 이르면 이번 주 내로 결론 날 예정이다. 재판부는 “26일까지 낸 자료와 의견서를 신중하게 검토해 적절한 시기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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