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6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동 정발장군동상 앞에서 열린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와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을 위한 공동행동에서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모형 노동자상을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옆으로 옮긴 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부산 시민단체가 3·1절 부산 일본총영사관 인근에서 계획했던 행진을 경찰이 제한했으나 법원은 이를 허용했다.
부산지법 행정1부(박민수 부장판사)는 28일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이 부산 동부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옥외집회 금지 통고 처분 취소 사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박 부장판사는 “행진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할 우려나 외교기관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외교기관 인근에서 개최할 수 있는 예외적 허용 사유에 해당하고, 관할 경찰서장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지할 수 없는 시위”라고 덧붙였다.
박 부장판사는 집회를 마친 다음 집회 목적이나 의사를 효과적으로 표시하려고 행진을 계획한 점, 질서유지인 20명을 둬 평화적으로 집회와 행진을 하겠다고 다짐한 점, 행진 자체만으로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 우려가 있다거나 그로 인해 일본영사관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적폐청산·사회 대개혁 부산운동본부는 3월 1일 오후 3시부터 부산 동구 초량동 정발 장군 동상 앞에서 ‘강제징용 노동자상과 함께하는 3·1운동 100주년 부산시민대회’를 연다.
400명가량이 참석할 예정인 부산시민대회 현장에는 지난해 5월에 일본영사관 인근에 설치하려다 무산된 노동자상이 나올 예정이다.
부산운동본부는 행사 이후 30분가량 일본영사관 주변을 행진할 계획이다.
관할 부산 동구청은 이날 오후에 기존 입장을 바꿔 경찰에 행정응원 요청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경찰은 2천여 명을 일본영사관을 에워싸는 형태로 배치할 예정이다.
최형욱 부산 동구청장은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알 수 없어서 고민 끝에 경찰에 행정응원을 요청하게 됐다”며 “어떤 경우라도 노동자상에 대한 행정대집행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호경기자 khk01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