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스페인 북한 대사관 정문/AP=연합뉴스
지난달 22일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괴한들이 침입해 공관원들을 결박하고 컴퓨터와 휴대전화기를 강탈해 달아난 사건의 조사에 스페인 정보기관도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페인 EFE 통신은 1일 수사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스페인 국가정보국(Centro Nacional de Inteligencia. 약칭 CNI)이 경찰의 북한대사관 괴한 침입 사건 수사에 참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가정보국이 개입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 소식통은 일부 수사 관련 정보가 높은 수준의 기밀인 데다 사건 자체가 외국공관 직원들이 관련된 “심각한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CNI 본부는 마드리드 외곽의 아라바카에 소재한 주(駐)스페인 북한대사관으로부터 차량으로 10여분 남짓 걸리는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다.
소식통은 10여 명의 남성이 북한 공관 침입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며 이들은 2대의 차량에 나눠 타고 도주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도주에 이용된 차들은 북한대사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경찰에 의해 발견됐으며 현재 정밀 감식 작업이 진행 중이다.
EFE 통신의 소식통은 괴한들이 북한사람들인지는 명확지 않으며, 단순 강도 사건인지 아니면 스파이 사건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정보 파악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시 괴한들 몰래 결박을 풀고 대사관 밖으로 나온 북한대사관의 여성 직원이 고함을 치며 이웃에 도움을 요청해 스페인 경찰이 사건을 처음 인지했는데 이 여직원이 경찰에 대사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충분히 진술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주스페인 북한대사관은 북한의 미국과의 핵 협상 실무를 맡은 김혁철 대미특별대표가 2017년 9월까지 대사로 재직하던 공관으로, 스페인 정부는 당시 북한의 핵실험 도발에 대한 항의로 김 대사를 추방했다.
이후 북한대사관에 근무하는 외교관은 공식적으로는 상무관 단 1명뿐이며 스페인에서 건축을 공부하는 북한 유학생들과 대사관 가족, 행정보조원 등이 집단 거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호경기자 khk01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