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민들의 대출 원리금 부담을 덜어준다며 지난해 법정 최고금리를 24%로 인하하면서 오히려 서민들이 대출할 수 있는 곳이 줄어드는 등 ‘대출난민’ 현상을 초래하는 ‘선의의 역설’을 낳고 있다. 법정금리 캡(모자)을 씌워놓으면 고금리 부담을 호소하는 저신용자에게 낮은 금리의 대출이 가능하다는 취지였지만 실상은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서도 밀려나는 저신용 차주들이 늘고 있다. 5일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3년 내 대부업·사금융을 이용한 저신용자 가운데 대부업체로부터 대출 신청을 거절당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지난 2016년 16%에서 2017년 54.9%, 2018년 62.7%로 급증했다. 지난해 2월부터 최고금리가 27.9%에서 24%로 인하됨에 따라 대부업체가 대출을 내주기 꺼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저신용자는 부실 우려가 높아 리스크를 헤지하려면 그만큼 높은 금리를 받아야 하는데 최고금리가 정해져 있다 보니 마진을 내기 어렵자 대출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집값을 잡겠다며 은행의 건전성 지표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올해부터는 저축은행이나 캐피털 등 제2금융권으로 확대 도입하면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의 대출이 꽁꽁 막히고 있다.
이 때문에 신용 7~9등급의 저신용자는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없어 대출난민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더 커지게 됐다.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대부 거절에 따른 사금융 이동자 수는 45만~65만명, 사금융 이용 규모는 5조7,000억~7조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물가에 부담이 된다며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료 인상 등을 통제하는 것도 시장의 왜곡을 부르는 관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