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6일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 사태에 대한 긴급 대책을 주문하자 정부는 탈석탄 정책에 더욱 속도를 붙이기로 했다. 이미 한 차례 앞당긴 노후 석탄발전소의 조기폐쇄 일정을 더욱 당기고 올봄 석탄발전소의 가동을 상당 기간 중단하기로 했다. 중국과 공동으로 서해 상공에서 인공강우를 실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하지만 이런 대책으로는 당장 몰려드는 초미세먼지의 공습을 막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현재 30년 이상 노후화된 석탄화력발전소는 조기에 폐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 대상 석탄발전소는 총 6기다. 경남의 삼천포 1·2호기, 전남의 호남 1·2호기, 충남의 보령 1·2호기로 앞서 정부는 이들 노후 석탄발전소의 폐지 기한을 오는 2025년에서 2022년으로 3년 앞당겼다. 문 대통령의 이날 지시는 2022년보다도 폐지 일정을 더 앞당기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 수급과 계통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폐쇄 일정을 다시 검토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이와 더불어 석탄발전의 올봄 가동률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우선 총 60개의 석탄발전소 가운데 90%에 달하는 54곳의 가동을 상당 기간 중단한다. 1년 동안 나눠서 진행되던 석탄발전소의 정기점검(계획예방정비)을 올봄으로 집중시키는 방식을 통해서다. 국내 화력발전소 60개 중 40개만 적용되던 출력 상한제약도 전체로 확대한다. 수도권의 유류 보일러 2기도 봄철(3~6월) 전면 가동을 중단한다. 산업부는 지난 1월에도 이미 수도권·충남·경남에 밀집한 석탄발전소 50기 가운데 노후화 정도 등을 고려해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정부의 대응이 당장 코앞에 닥친 미세먼지 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또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발전 분야의 궁여지책이지만 기저발전인 원전에 이어 석탄발전까지 가동률이 떨어지면 전력 수급과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우려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기저발전인 원전과 석탄을 모두 포기하려면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만 내놓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전기요금 인상을 걱정할 게 아니라 전기가 부족한 걸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대안이라는 LNG발전은 수도권 인근에 있어 초미세먼지 발생을 더욱 늘리고 연료비 부담도 훨씬 커진다”고 덧붙였다.
인공강우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 중의 미세먼지를 씻어내기 위해서는 시간당 10㎜ 이상의 비가 최소 2시간 동안 내려야 한다. 하지만 인공강우로 이 정도의 비를 뿌린 사례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기상청이 1월 실시한 올해 첫 인공강우 실험에서 우리는 약 1㎜의 강우량을 ‘감지’하는 데 그쳤다. 설령 강한 비를 뿌릴 수 있다 해도 초미세먼지에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인공강우 기술력이 뛰어난 중국과 협력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국내 고농도 미세먼지는 이동성 고기압권에서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기가 안정돼 있고 구름이 거의 없는 맑은 날씨다. 반면 중국의 인공강우 기술은 사실상 ‘인공증우’라고 봐야 한다. 비가 내리지 않는 상황에서 비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내리는 비를 조금 더 내리게끔 만든다는 뜻이다. 비가 내리지 않는 이동성 고기압권에서 인공강우를 실시해도 효과를 보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이유다.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의 한 관계자는 “우선 올해 안에 중국의 인공강우 전문가를 초대해 의견과 노하우를 들을 계획”이라면서도 “태국과 중국이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줄이는 실험을 하고 있지만 효과를 본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세종=강광우·정순구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