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미세먼지 한국 영향 “中은 한국에 비해 2~3배 낮게 평가”

중국이 한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에 대한 자국의 영향력을 우리나라 연구기관이 제시한 것보다 2~3배 낮게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환경과학원이 평균적으로 중국발 오염물질 비중이 30%~50%였다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중국은 10%~25% 수준으로 계산한 셈이다. 이에 따라 한국과 중국이 미세먼지 저감 대책에 공동 대응하더라도 중국이 책임감 있는 태도로 임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우리 측에서는 국립환경연구원 발표를 중국 측에 소개했고 중국은 그 자료와 2배~3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짐작한다”며 “우리 정부로서는 중국의 입장을 100% 받아들일 수 없지만 전문가 사이에서 논쟁이 되기 때문에 정치의 영역으로 남기지 말고 과학의 영역으로 남겨두자는 뜻을 양국 장관이 동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국립환경과학원이 밝힌 중국발 미세먼지의 한국 영향력에 대한 발표 역시 신뢰도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게 환경부의 공식 입장이다. 그럼에도 중국이 한국에 미치는 미세먼지 영향력을 과소 평가함에 따라 미세먼지에 대한 한중 공동 대응이 원활하게 진행될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중국 동해안을 바탕으로 설치된 화력발전소의 출력 제한을 요청했을 경우 중국 정부로서는 한국 미세먼지에 미치는 영향이 낮다고 판단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환경부는 이날 “한·중 양국이 자국의 비상저감 조치 시행 현황을 공유하고 나아가 비상저감조치를 양국이 공동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중국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중국 측의 협조 의사를 강조했다. 아울러 환경부는 중국과 인공강우 기술 교류도 추진하고 양국이 조기경보 시스템을 만들어 구체화 시켜 나가기로 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한국으로 넘어오는 미세먼지 시차가 2~3일 발생하는데, 중국이 먼저 저감조치를 시행하면 한국이 이를 바탕으로 선제적인 저감조치를 발동하는 시스템이다. 이에 3일 예보 시스템에서 7일 예보로 확대도 가능하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당장 시행해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미세먼지 저감 수단도 강화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미세먼지 고농도 시 석탄발전 80% 상한제약 대상을 40기에서 60기로 늘리고 저유황탄 사용을 확대(0.54%→0.4%)하는 한편, 노후 석탄발전 2기(보령 1·2호기)는 추가 조기폐쇄를 검토하기로 했다. 또 최근처럼 고농도가 이어져 비상저감조치가 연속으로 발령되는 경우에는 단계별로 조치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존에는 비상저감조치가 연속 발령돼도 5등급 차량 운행제한, 발전소 80% 상한제약 등 일률적인 조치만 시행됐지만 앞으로는 발령 일수에 따라 4등급과 3등급 차량도 운행 제한을 발동한다는 의미다. 공공부문의 통제도 강화 돼 3일 이상 비상저감조치 발령 시에는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국가·공공차량을 전면 사용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조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추경이 편성될 경우 최소 5,000억원을 반영한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학교나 공공건물의 옥상에 미세먼지 제거를 위한 공기정화 설비 시범설치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1기 당 1~2억원이 소요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조 장관이 5,000억원을 언급한 것은 예산이 수요를 미처 다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에서 예산 증액 요청을 하는 식으로 계산해 보니 5,000억원이 나온 것”이라며 “전기차·수소차 보급, 노후 경유차 폐차 지원 사업, 가정용 보일러 교체 비용, 건설기계 저감 장치 지원 등에서만 파악해 본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박형윤·정순구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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