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의 케이블TV 인수 확정에 속 타는 KT(030200)가 이번에는 국회의 높은 문턱을 넘고 과연 딜라이브를 거머질 수 있을까.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SK텔레콤이 티브로드 인수를 확정한데 이어 이번에는 KT도 딜라이브 인수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특히 국회가 KT를 겨냥한 듯 유지해온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를 운을 떼기도 전에 인수 합병 논의가 나오면서 향후 어떤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갈지 관심이 쏠린다.
KT는 8일 딜라이브 인수 추진에 대한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유료방송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딜라이브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아직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덧붙였지만 사실상 1개월 이내 재공시하겠다며 긴박하게 관련 업무가 진행 중임을 간접적으로 암시했다. KT 내부에는 딜라이브 인수를 위한 TF도 설립, 활발하게 활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KT 입장에서 보면 딜라이브 인수 추진 공식화가 늦은 감이 있다. 이미 경쟁사들이 케이블TV 인수를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지난달 21일 티브로드 인수를 확정하고 티브로드 대주주인 태광산업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LG유플러스도 지난달 14일 이사회를 열고 CJ헬로 인수 안건을 의결했다. 두 경쟁사가 케이블TV사를 인수하게 되면 LG유플러스 유료 가입자는 364만명에서 780만명(24.4%), SK브로드밴드는 446만명에서 761만명(23.7%)으로 급증한다. 현재 업게 1위 KT(660만명) 입장에서는 경쟁사들의 추격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문제는 공을 쥐고 있는 국회가 지난해 6월 일몰 된 유료방송 합산규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KT가 딜라이브를 인수하면 유료방송 점유율은 37.2%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게 된다. 유료가입자(1,191만명)는 1,000만명이 넘게 된다. 합산규제 취지는 케이블·인터넷(IP)TV·위성방송 등 특정 사업자가 유료방송시장 전체 가입자 3분의 1(점유율 33.3%)을 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규제 일몰과 동시에 대형 사업자가 탄생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KT는 자칫 딜라이브 인수를 원하지만, 자칫 적극적인 활동이 국회의 합산규제 부활을 가져올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다만 미디어 시장이 크게 요동치는 상황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월 국회에 합산규제가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도 합산규제 폐지에 대해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해왔다.
딜라이브 KT가 아니면 답이 없는 상황. 7월까지 1조원이 넘는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면 디폴트를 맞게 될 수 있다. 대주주인 한국유선방송투자(KCI)는 2007년 딜라이브 인수 과정에서 2조2,000억원 규모의 인수 자금을 신한은행 등 채권단에 빌렸지만 상환하지 못했다. 이후 채권단은 KCI 채무를 인수하고 2조2,000억원 중 8,000억원을 출자전환, 남은 대출 만기를 3년 연장했다. 남은 1조4,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 대출 만기는 7월이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를 중시하는 상황에서 디폴트가 자칫 고용난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중심의 인수 합병으로 인해 향후 3개 기업 체제로 전환되면 유료방송 이용료가 크게 오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며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관련 청문회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점도 KT에는 부담”이라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