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오른쪽) 미 국무부 장관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AP연합뉴스
미국이 북한의 ‘아킬레스건’인 인권을 정조준하면서 한국 정부까지 문제 삼고 나선 것은 하노이 담판 이후 강공 모드로 북한을 밀어 붙여 ‘빅딜 대화’로 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인권 문제 거론과 함께 미 의회에서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면서 ‘세컨더리 보이콧(제3국 개인·기관 제재)’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제재 압박 효과 극대화를 위해 북한을 전방위에서 죄는 것은 물론 한국과 중국 등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그물에 구멍을 내지 말라고 사전 경고의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는 13일(현지시간) 내놓은 ‘2018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을 상세히 기술했다. 전년과 달리 인권 침해 실태가 ‘지독한’ 수준이라고 적시하진 않았지만 여전히 ‘정부에 의한 불법적 살해’ ‘정부에 의한 강제실종’ ‘당국에 의한 고문’ ‘공권력에 의한 임의 구금’ 같은 표현을 사용, 북한 정권에 인권 침해 책임이 있다는 판단을 내비쳤다. 마이클 코작 국무부 인권담당 대사는 “함축적으로 북한은 지독하다”고 설명했다. 더 눈에 띄는 부분은 한국이 탈북자에 대해 압박을 가했다고 기술한 대목이다. 보고서는 “북한과 대화 국면에 들어선 지난해 한국 정부가 탈북자 단체 등에 북한에 대한 비판 여론을 감소시키기 위해 직·간접적인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북한 인권 문제를 대북 압박 카드로 사용해온 미국 입장에서 한국 정부의 이 같은 자세는 한미 공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개막식 참석을 위해 방한했던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천안함 현장에서 탈북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미 의회를 중심으로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가 거론되고 있는 점 역시 북한에는 커다란 압박이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상원에서 공화·민주 양측에서 동시에 대북 협상에서 진전을 이끌어내기 위해 세컨더리 보이콧을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구멍이 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인 민주당의 크리스 밴 홀렌 의원은 “팻 투미 공화당 상원의원과 대북 경제 제재를 강화하는 ‘브링크 액트’를 재상정했다”며 “해당 법안에 대한 초당적인 지지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위원회 소속인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의원도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예상했던 대로 끝났다”며 “북한을 더 압박하는 방안으로 북한의 불법 해상 환적을 돕는 개인과 기관에 대해 3자 제재를 가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북한과 거래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될 가능성이 높은 한국이나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미국의 대북 압박 카드에 힘을 보태라는 경고로 해석된다. 중국의 경우 결국 미국의 강경한 대북 기조에 밀려 최근 자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의 비자 단속에 나서는 등 북한의 외화벌이 차단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