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금융계열사 최초의 여성 등기이사에 선임되는 이인재 삼성카드 부사장. /사진제공=삼성카드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최초로 여성 등기이사가 나온다.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카드(029780)는 오는 21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이인재(56·사진) 부사장(디지털본부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한다.
이번 등기이사 선임이 완료되면 이 부사장은 삼성생명·삼성증권 등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최초의 여성 등기임원이 되며 삼성그룹 내 자산 규모 2,000억원 이상의 계열사 가운데서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오너 일가를 제외하고는 유일한 여성 사내이사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앞서 이 부사장은 지난해 초 정기 임원인사에서 삼성 금융계열사 최초의 여성 부사장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업계에서 통용되는 이 부사장의 별명은 ‘디지털 여전사’다. 금융권에서는 보기 드문 여성 디지털 전문가인 이 부사장은 지난 2016년 4월 업계 최초로 24시간 365일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한 데 이어 업계 최초로 종이 신청서를 대체한 태블릿PC 회원 모집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2016년 7월에는 업계 최초로 온라인 자동차 금융 서비스 ‘다이렉트 오토’를 출시하고 이를 중고차 사업까지 확대했다. 이 밖에도 디지털 원스톱 카드발급 체계, O2O 주문·결제 서비스인 ‘스마트오더’ 등 삼성카드가 업계 최초로 선보인 각종 디지털 서비스들이 이 부사장의 진두지휘로 탄생했다.
이번 인선 배경과 관련해 삼성카드의 한 고위관계자는 “카드산업은 녹록지 않은 영업 환경에서도 디지털 등 이종산업의 융합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상황에 직면에 있다”며 “남다른 추진력과 조직 운용력으로 여성 리더의 소프트 파워를 입증해온 이 부사장의 경영 참여로 경쟁력을 한층 더 끌어올리기 위한 차원이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등기이사는 비등기 임원과 달리 이사회에 참여해 경영 현안과 관련한 의사 결정을 하고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진다. 그만큼 비등기 임원보다 더 많은 책임과 권한을 얻게 된다. 글로벌 기업들은 다양한 경험과 배경을 지닌 이사들이 모여야 합리적이고 투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사회 등기임원들의 다양성을 중요시한다. 유럽연합(EU)은 2020년까지 이사회 여성 비율을 40%까지 높이도록 권고하고 있고 삼성전자도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처음으로 여성과 외국기업 CEO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기업에서는 여성이 내부 승진으로 등기이사까지 오르는 경우가 거의 없다. 기업경영성과평가사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 중 여성 등기임원을 둔 회사는 1.3%에 불과하다. 여성 등기임원이 있는 기업은 삼성 등 11개 그룹에 그쳤고 카드·저축은행·증권·보험·공공금융·상호금융 등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소속 59개 사업장으로 범위를 좁혀봐도 지난해 기준 여성 등기 임원은 12명으로 전체 등기임원(309명)의 3.9%에 그쳤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