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공세적 패권 외교정책이 이전만큼 공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지만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이나 양안(중국·대만) 관계 등 타협이 불가능한 핵심 이익으로 여기는 외교 안보 이슈에서만큼은 미국을 상대로 여전히 팽팽한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이 지난 19일 미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남중국해 시사군도에 자리한 인공섬 우디섬에 ‘국가중점 전략 서비스·물류기지’를 건설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디섬은 중국군이 2016년 ‘훙치-9’ 미사일을 배치한 곳으로 중국이 남중국해를 지배하기 위한 전략적 중요성을 지니는 곳이다. 중국이 배치한 훙치-9는 사거리 200㎞의 지대공 미사일로 미국 항공모함에서 날아오는 전투기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미국군에 위협이 될 만한 지점에 전략적 물류기지까지 건설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움직임은 미국의 압박에도 남중국해에서만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남중국해는 중국과 대만·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싱가포르 등이 맞닿은 해역으로 석유와 가스 등 천연자원이 대량 매장된 것은 물론 연간 해상 물동량만 3조4,000억달러에 이르는 전략적 해상 요충지다. 지정학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직접 맞부딪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중국은 남중국해의 시사군도·난사군도 등 도서와 암초 주변 12해리(약 22㎞)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 해역을 중국의 영해로 인정하지 않고 영해가 아닌 곳은 자유로이 항행할 수 있다는 국제법 원칙에 따라 미국 군함이 진입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감행하고 있다.
대만과의 양안 문제는 중국의 자존심과 직결되는 또 하나의 핵심 이익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인 와중에도 시 주석은 “양안 문제에 대한 외부 세력의 ‘간섭’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새해 벽두부터 미국에 경고장을 날린 바 있다. 시 주석은 인민대회당 신년 연설을 통해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고 양안 동포는 모두 중국인”이라며 “우리는 평화통일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대만 동포가 아닌 외부 세력 간섭 등이 있다면 무력 사용을 포기하지 않고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과의 무역협상 타결 노력과는 별개로 대만 문제에 있어서는 미국의 ‘개입’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재확인시킨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