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우먼' 고진영, 짜릿한 역전승

LPGA 파운더스컵 최종 우승
그린적중률 80% 아이언샷 앞세워
버디 7개 몰아치며 4타차 뒤집어
"샷 하나하나 집중...자신감 생겨"
13개월 만에 3승...美 본토 첫 승
한국선수 시즌 6전4승 초강세
김효주·김세영 공동 10위 올라

고진영이 25일(한국시간) 미국 LPGA 투어 파운더스컵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뒤 ‘셀피’를 찍고 있다. /피닉스=AFP연합뉴스

18번홀에서 아이언 샷 하는 고진영. /AP연합뉴스


‘화려하지는 않지만 안정감 넘치는 플레이’. 고진영(24·하이트진로) 골프의 특징이다. 그 바탕에는 ‘믿고 보는 아이언 샷’이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해 모든 코스가 낯설었던 지난해에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그린 적중률 1위(77%)에 올랐던 고진영이다. 그는 이번 시즌에도 1위와 단 1.5%포인트 차이로 이 부문 3위(80.2%)를 달리고 있다.

시즌 첫 승이자 통산 세 번째 우승의 열쇠도 주 무기인 아이언 샷이었다. 고진영은 2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와일드파이어GC(파72·6,656야드)에서 끝난 LPGA 투어 뱅크오브호프 파운더스컵(총상금 150만달러) 정상에 올랐다. 최종라운드에서 버디만 7개를 뽑아낸 그는 4라운드 합계 22언더파 266타를 기록, 류위(중국) 등 4명의 공동 2위 그룹을 1타 차로 제쳤다. 4타 차의 열세를 뒤집은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지난해 2월 호주 여자오픈 제패 이후 약 13개월 만에 수확한 통산 세 번째 우승컵이다. 고진영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동하던 지난 2017년 10월 인천에서 열린 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우승으로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 지난해 호주 여자오픈에서 67년 만의 데뷔전 우승 대기록으로 신인왕 타이틀의 발판을 마련했던 그는 이번에는 미국 본토에서의 첫 우승이라는 의미를 만들었다. 우승상금은 22만5,000달러(약 2억5,000만원). 올 들어 출전한 4개 대회에서 우승과 2위·3위를 한 차례씩 차지한 꾸준함으로 시즌 상금 랭킹은 2위(45만달러)로 상승했다. 1위 넬리 코르다(미국·47만2,810달러)와는 2만2,000여달러 차이에 불과하다.


이날 단독 선두 류위에 4타 뒤진 공동 4위로 출발한 고진영은 전반에 3타를 줄였지만 공동 선두를 이룬 류위·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와의 거리는 3타 차로 여전히 멀어 보였다. 하지만 까다로운 후반에 들어 ‘아이언 우먼’ 고진영의 기세는 더욱 매서워졌다. 류위와 시간다가 주춤한 사이 11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으며 간격을 좁힌 고진영은 3연속 버디를 몰아쳐 뒤집기에 성공했다. 14번홀(파3)에서 아이언 티샷을 홀 2m에 붙였고 15번홀(파5)에서는 두 번째 샷으로 6m 이글 기회를 만들며 버디를 추가했다. 16번홀(파4)에서는 두 번째 샷을 홀 1.5m에 붙여 마침내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이후 17번(파3)과 18번홀(파4)을 무난히 파로 마무리해 1타 차 선두로 먼저 경기를 마친 고진영은 곧장 연습 그린으로 향해 연장전에 대비했다.

한때 4명이 21언더파로 공동 선두에 몰린 혼전 속에 마지막까지 우승 가능성을 남긴 건 류위였다. 후반에 한 타도 줄이지 못하던 류위는 15번홀(파5) 그린 밖에서 퍼터로 친 세 번째 샷을 홀에 떨궈 공동 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그러나 18번홀에서 긴장한 듯 두 번째 샷한 볼이 그린에 미치지 못해 내리막 경사를 타고 굴러내렸다. 어프로치 샷은 너무 강해 홀을 5m쯤 지나쳤고 파 퍼트가 살짝 빗나가면서 그대로 고진영의 우승이 확정됐다. 류위의 막판 샷 실수는 고진영의 안정적인 아이언 샷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류위와 제시카·넬리 코르다 자매, 시간다 등 4명이 1타 차 공동 2위로 마쳤다.

고진영의 우승으로 이 대회 최근 5년간 챔피언 명단 중 4명이 한국 선수로 채워졌다. 2015년과 2016년 우승한 김효주(24·롯데)와 김세영(26·미래에셋)은 나란히 17언더파 공동 10위에 올랐고 지난해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박인비(31·KB금융그룹)는 11언더파 공동 34위에 자리했다. 또 한국 선수들은 이번 시즌에 열린 6개 대회 중 4승을 합작하며 무서운 기세를 이어갔다. HSBC 월드챔피언십에 이어 LPGA 투어 2개 대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 세계랭킹 1위 박성현(26)은 타수를 줄이지 못해 15언더파 공동 14위로 마감했다. 8번홀까지 3타를 줄이며 추격하다 9번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범해 동력을 잃은 게 아쉬웠다.

고진영은 경기 후 “우승을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샷 하나하나 집중하면서 쳤다”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지만 그래도 연습을 더 충실히 하고 다음 대회를 대비해 스윙이나 퍼트 점검도 꼼꼼히 하겠다”고 말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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