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회생법’ 개정 이전 서울회생법원의 개인회생 변제기간을 별다른 이유도 없이 무조건 단축해주는 혜택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회생법원은 즉각 관련 업무지침을 폐지하고 피해 대책을 마련한다고 했지만 개인회생 신청자들 간의 일대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이모씨의 개인회생 변제계획 변경안에 대한 서울회생법원의 인가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채권업체 A사의 재항고심에서 “인가 결정이 옳다”고 판단한 원심의 결정을 깨고 사건을 서울회생법원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대법원 재판부는 “법원은 변제계획 인가 이후 채무자의 소득이나 재산 등의 변동 상황을 조사해 변경 사유가 발생했는지를 심리·판단해야 한다”며 “심리 결과 변경 사유가 발생했다고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채무자회생법에서 정한 인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봐 변제계획 변경안을 인가하지 말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씨는 지난 2014년 2월 서울회생법원에서 개인회생 절차 개시 결정을 받고 그해 10월 서울회생법원에서 변제계획을 인가받았다. 당시 계획은 5년간 17만원씩 총 1,035만원을 갚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서울회생법원이 개인회생 변제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해주는 채무자회생법 시행 전 기존 채무자들에게도 같은 혜택을 줄 수 있는 업무지침을 지난해 1월 마련하면서 변제계획을 바꿨다. 그는 변제기간을 기존 5년에서 47개월로 줄인 변경안을 서울회생법원에 냈고 법원은 2018년 5월 이를 그대로 인가했다. 채무자회생법 개정안은 그해 6월부터 시행됐다.
A사는 인가 결정이 잘못됐다며 항고했지만 서울회생법원이 심리한 원심은 변경안 인가는 정당하고 위법이 없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 판단에 따라 서울회생법원은 법 개정 전 회생을 신청한 개인 채무자들에 대해서도 변제기간을 줄여주기로 한 업무지침을 즉각 폐지하기로 했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변제기간 단축을 준비하던 채무자는 대법원 결정 취지를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 달라”며 “추가 소명 자료를 내지 못하는 경우 변제기간 단축 신청을 취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인가 결정 취소로 일시 변제 부담 가중에 대해서는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