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중국은]習 집권 후 '공산당 영도' 강화했지만 강압 통제에 민심 등돌려

<6>딜레마 빠진 당·국가 체제
간부에 지나친 충성심 강조하고 경제까지 당 간섭 강화
국가정책 반대의견 억압이 되레 반발·무관심으로 이어져
청년 엘리트들 '공산당원=족쇄' 인식에 가입 꺼리기도
사회안정·경제성장 여부에 '당·국가체제' 명운 갈릴듯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쉬장룬 칭화대 법학과 교수가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판한 혐의로 정직 처분을 당한 것은 물론 대학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대학 당국은 조사가 끝날 때까지 쉬 교수는 모든 강의 활동과 연구 활동에서 배제된다고 밝혔다. 쉬 교수는 지난해 한 칼럼에서 국가주석 임기제 폐지 이후 시진핑 개인숭배 조짐이 보이고 있다며 시 주석을 정면 비판하는 등 중국 정치에 대해 쓴소리를 해온 인물이다.

앞서 26일에는 중국의 첨단 제조업 육성책 ‘중국 2025’를 노골적으로 비판했던 러우지웨이 전 재정부 부장이 전국사회보장기금 이사장직에서 해임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전국정치협상회의 외사위원회 주임이기도 한 그의 이번 낙마 배경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가 정책에 대한 비난이 배경이 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하다.

시 주석 집권 이후 ‘공산당의 영도’가 확대되면서 중국 사회의 경직화가 심해지고 있다. 경기둔화와 사회불안을 막기 위해 ‘공산당의 영도’를 강화하고 반대의견을 억압하는 결과다. 문제는 이것이 오히려 민심이반을 낳는 역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통제강화가 반발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통제를 강화하는 악순환이 거듭되는 가운데 통제의 고삐는 순응이 아니라 반발과 무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중국의 젊은 층에서는 공산당에 대한 무관심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최근 국가홍보기구를 동원한 애국주의 운동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데는 중국 당국의 그런 고민이 반영돼 있다는 것이 중국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산당이 이끌고 국가기구는 집행만 맡는 중국식 ‘당·국가 체제’는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최근 간부들을 선임할 때 충성심과 청렴성을 중시하는 새로운 내용의 인사규정을 만들었다. 당과 정부에 모두 해당되지만 실제로는 공산당원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신화통신은 “당 중앙은 회람을 통해 모든 성과 지역, 정부기관들이 각자 실제 상황을 고려해 새로운 규정을 성실하게 이행하도록 지침을 내렸다”고 전했다. 새 규정은 지난 2014년 규정을 대체하는데 보다 엄격해졌다. 일반적인 규정 준수와 함께 충성심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시 주석은 1일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에서 청년 및 기간 간부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도 “당 간부들은 깨끗하고 충성심이 있어야 한다”면서 “특히 충성심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SCMP가 인용한 베이징의 정치평론가 장리판은 “새 규정이 충성심을 과도할 정도로 강조했다는 것은 당 지도부가 간부들을 충분히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집권 후 부패척결과 당에 대한 충성을 강조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원들에 대한 압력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베이징의 소식통들은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으로 최근 중국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공산당에 대한 무관심을 꼽는다. 일부에서는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서도 공산당 당원 가입을 주저하거나 아예 탈퇴하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과거 기성세대가 공산당 가입을 명예로 생각한 것과는 달라진 세태다.

이런 현상은 특히 창업을 하거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청년 엘리트층에서 두드러진다. 중국 대학에서 교편을 잡는 한 한국인 교수는 “공산당원 자격이 마치 손오공의 머리에 끼운 ‘금고아’처럼 공산당에 의해 ‘당원이기 때문에 하면 안 된다, 혹은 당원이기에 해야만 한다’는 식으로 통제받는다고 젊은이들은 생각한다”고 전했다.

특히 시진핑 집권 이후 기존에 정치 부문에 한정됐던 공산당의 영향력이 경제 부문으로도 확대되자 중국 사회는 더욱 경직화하고 있다. 덩샤오핑은 1979년 개혁개방을 선언하면서 당의 영도를 정치에 한정하고 경제는 시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활력을 찾도록 했다. 하지만 최근 경기둔화와 사회불안이 확대되고 특히 미국과의 충돌이 심화되면서 중국 공산당은 경제에까지 간섭을 강화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2월 ‘개혁개방 40주년 대회’에서 당의 집권 능력 강화를 위한다면서 “당·정부·군대·민간·학계, 동·서·남·북·중, 당이 모든 것을 영도한다”는 과거 마오쩌둥의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당의 영도 강화는 결국 일인체제로 연결된다. 국가조직 구조상 정치담당 국가주석이 경제담당 국무원 총리 역할까지 침해하며 집단지도체제를 흔드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이달 초 중국 권력 내부에서는 주목할 만한 사건이 일어났다.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외아들 후하이펑이 시안시 당서기에 임명된 것이다. 이는 그동안 시 주석이 도외시한 후진타오 세력, 즉 공산주의청년단 세력을 껴안기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청단은 공산당이 운영하며 10~20대 청년으로 구성되는데 시 주석은 집권 후 공청단을 “유명무실하다”며 혹독하게 비판하고 공청단 간부 출신들을 좌천시켰다. 공청단이 공산당 통치를 지탱하는 인재 양성소라는 점에서 공청단의 위축은 신세대 공산당의 활력을 뺏는 셈이 됐다.

중국에서는 여전히 관변 학계를 위주로 “중국 공산당의 집단영도체제가 서구의 개인 대통령제보다 우수하다”는 후안강 칭화대 교수의 주장을 지지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최근 들어 당 내에서 시 주석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은 사실인 듯하다”며 “사회안정과 경제성장 여부에 중국 당·국가 체제의 명운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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