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울산항운노조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000만원을 부과한다고 28일 밝혔다. 항만하역은 정부로부터 허가받은 노조가 자신의 조합원만 근로자로 공급하는 특수형태로 운영된다. 노조가 노동조합이자 사업자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어 제재 대상이 된다.
울산항운노조는 2016년 7월 12∼20일 경쟁 관계인 온산항운노조의 하역작업을 방해한 혐의(사업 활동 방해)를 받고 있다. 울산항운노조는 1980년 근로자 공급사업 허가를 받은 뒤 울산지역에서 항만하역 인력 공급을 35년가량 독점해 왔다. 그런데 2015년 8월 온산항운노조가 부산지방노동청으로부터 새로 사업 허가를 받으며 시장에 진출했다. 울산항운노조 입장에서는 새로운 경쟁자가 진입하면서 독점적 이익을 위협받게 된 셈이다.
온산항운노조는 선박 운송 하역회사인 글로벌과 노무공급계약을 체결해 2016년 7월 11일부터 노조원을 하역작업에 투입했고, 울산항운노조는 노조원을 동원해 온산항운노조원의 작업을 방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바지선에 승선하는 것을 막거나 끌어내리는 등 하역작업을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온산항운조노원 수는 32명으로 울산항운노조(약 900명)의 30분이 1에 불과해 대응이 불가능했다. 이런 방해행위 이후 글로벌은 온산항운노조와 계약을 해지하고 울산항운노조와 계약을 맺었다. 울산항운노조는 한발 더 나아가 온산항운노조의 실적이 없다며 관할 노동청에 사업허가를 취소해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했다. 공정위는 “기존 거대 노조가 수적 우위를 이용해 신생 노조의 사업 기회를 빼앗고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하는 등 경쟁질서를 저해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기존 노동관계법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치가 없어 공정거래법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번 제재로 신·구 노조 간 공정한 경쟁이 활성화돼 항만물류업계 전반의 효율성이 증대되고 근로자들도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노조를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