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된 ‘저출산 재앙’] 143兆 쓰고도 아기 울음소리 줄어…고장난 '현금 살포성' 저출산 대책

보육·여성 경력단절부터 풀어야

아이 울음소리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최악의 경우 인구절벽이 내년부터 닥쳐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도 전향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투입된 저출산 예산은 143조원에 달한다. 최근 3년간을 봐도 연평균 21조원이 책정됐으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98명까지 떨어졌다. 전 세계에서 합계출산율이 1명이 되지 않는 국가는 홍콩·마카오 외에는 찾아볼 수 없다. 연평균 20조원 넘는 예산을 쏟아부어도 출산율이 높아지지 않는 것은 양육수당과 출산장려금같이 단순한 현금 살포성 지원책이 주를 이루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해 842개 사업에 8,992억원의 예산을 책정하고 있는데 80% 이상인 7,000억원이 현금지원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저출산 예산 가운데 저출산과 무관한 사업이 많다”고 꼬집기도 했다. 정부는 인구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달 마련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추진 속도를 가속화하고 범정부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를 다음달 출범시키기로 했다. 이호승 기재부 1차관이 TF 팀장을 맡으며 관계부처와 연구기관을 고용반·재정반 등 9개 작업반으로 나눠 각각 정책과제를 발굴해 오는 6월 경제활력대책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출산·양육 부담 경감, 남성 육아 참여 및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뿐 아니라 청년·신혼부부 주거지원 강화, 청년 채용 기업 및 중소기업 취업 청년에 인센티브 제공 등의 일자리·주거대책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고령사회(노령인구 비율 14%)에 대비해 노후보장소득체계 내실화, 노인 일자리 확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및 고령자 복지주택 지원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지금까지 출산정책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전향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며 “상당 부분 아이를 가지면 지원하는 형식인데 보육과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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