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사회안전망, 현금살포식은 정말 안된다"

■전직관료들, 현금복지에 쓴소리
윤증현 "시스템 차원서 접근" 경고
김종인 "출산율 재정고갈 못 막아"
김종대 "건보재정 악화 마음 아파"

한덕수(앞줄 오른쪽 네번째) 전 총리, 윤증현(〃 〃 다섯번째) 전 기획재정부 장관, 김석동(오른쪽) 전 금융위원장이 28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코리안 미러클5’ 발간기념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이호재기자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문재인 정부 들어 저소득층 복지 정책이 ‘현금 살포식’으로 이뤄지는 데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1970~80년대 사회보험제도 도입에 직접 참여했던 전직 고위 관료들은 재정이 말라가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통한 재정 보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윤 전 장관은 28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코리안 미라클’ 발간보고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회안전망 확충은 시스템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현금 살포하는 식은 정말 하지 말아야 한다. 부담은 결국 젊은 사람들에게 간다”고 말했다. 국가 차원에서 저소득 취약계층에 복지를 늘리는 것은 맞지만, 지금처럼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경쟁하듯 현금을 뿌리는 방식은 잘못됐다고 지적한 것이다. 윤 전 장관은 “사회안전망을 확대하되 이를 뒷받침할 성장 동력이 일어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전 장관이 편찬위원장으로 참여한 ‘코리안 미라클’ 발간은 이번이 다섯 번째로, 우리나라 4대 사회보험(국민연금보험·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 제도 도입과 벤처 생태계 구축의 역사를 당시 정책 당국자들의 입을 통해 생생하게 담았다. 이날 보고회에는 김종인 전 보건사회부 장관, 김종대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보건복지부 차흥봉 전 장관과 이종윤 전 차관 등 사회보험 도입 ‘산파’ 역할을 한 옛 관료 16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급격한 저출산·고령화와 혜택 확대로 주요 보험 재정이 악화하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쏟아냈다. 김종인 전 장관은 “재정 고갈 문제, 지금과 같은 출산율로는 장기적으로 도저히 운영이 안된다”면서 “연금 갹출금을 올리는 것 말고는 재정을 보강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차흥봉 전 장관은 “연금을 받는 노인 인구가 늘어나고 보험료를 낼 경제활동인구는 줄어들면서 재정 수지가 안 맞고 있다”면서 “경제활동 능력이 있는 60~70대가 연금을 받고 사는 게 아니라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차 전 장관은 “결국 정년을 미루고 임금피크제 같은 임금 개혁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스터 건보’로 불리는 김종대 전 이사장은 “건보 혜택을 확대하더라도 재정 지출도 감안 하면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면서 “건보 재정이 악화하는 걸 보면 제도 초기에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보람되면서도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건보 재정은 지난해 7년 만에 적자(-1,788억원)를 냈다. 국민연금제도 도입 당시 실무 업무를 했던 박남훈 전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은 “많은 사람이 국민연금을 ‘저부담·고급여’로 출발해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차후 점차 부담을 높여가기로 했던 것”이라면서 “그러니 기금이 고갈된다는 우려는 잘못된 얘기”라고 말했다. 박 전 비서관은 “연금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고 덧붙였다./한재영·빈난새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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