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이 공들여 일군 회사인데 정리할 수밖에"…희망 꺼지는 수도권 공단

"최저임금 올라 인건비 부담 매각
불황에 일감 줄어 매출 70% 급감
공장 돌릴수록 손해만 늘어날 뿐"


“최저임금 인상에다 불경기 등으로 더 이상 사업을 지속할 수 없어 공장 문을 닫습니다. 아버지가 힘겹게 일궈놓은 회사를 헐값에 정리해야 하는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28일 경기도 시흥 시화국가산업단지 군자천로 185번길. 전동공구 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는 A사의 김영숙(가명) 이사는 박스에 쓸 만한 장비를 골라 넣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폐업 결정 이후 공장에 남은 짐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A사 담장 밖에는 김씨가 내놓은 장비와 설비를 싣기 위해 용달차 두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A사는 한때 직원이 30명 넘게 근무하던 ‘잘나가는’ 회사였다. 그랬던 A사가 폐업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오른 인건비다. 지난 2017년을 기점으로 본격화된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는 A사에 치명타였다. 2년 새 최저임금이 30% 가까이 오르면서 인건비와 잔업수당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설상가상으로 불경기까지 겹치며 시화공단에서 일감이 줄어들자 버티기 힘들어진 것이다. 창업주의 딸인 김씨는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 직원들에게 월급도 올려주고 복리후생도 챙겨주면 얼마나 좋겠냐”며 “하지만 회사의 벌이가 줄어드니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A사 바로 앞에서 산업용 기계를 만드는 B사 전민식(가명) 대표는 “지난해 11월부터 A사 경영진 입에서 폐업 얘기가 나왔다”면서 “창업주가 평생을 바쳐 일군 회사를 팔게 되는 자식들 마음이 오죽할까 싶지만 요즘 같은 때는 사업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말했다. 힘든 것은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B사 매출은 월평균 1,800만원에 달했지만 지금은 500만원에도 못 미친다. 매출이 3분의1 토막 난 것이다. 일감을 주던 자동차부품 업체가 한국GM 사태 등으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일감이 줄어들자 전 대표는 직원들을 내보내고 혼자서 공장을 돌리고 있다. 전 대표는 “과거에는 3~4명이 함께 일했는데 지금은 혼자”라며 “날이 갈수록 매출이 줄어 나 한 사람 인건비 감당하기에도 버겁다”고 장탄식을 쏟아냈다. /시흥=심우일·김인엽·이희조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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