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고교 학생들의 기초학습능력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특히 진보적인 교육정책을 표방하는 현 정부 들어 평균보다 떨어지는 기초학력 미달자가 크게 늘면서 자율과 평등이 전체 학력을 떨어뜨린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부가 28일 발표한 ‘2018년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보면 학생들의 학습능력 저하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중학생 기초학력 미달률이 가장 낮았던 시기는 전수조사로 실시하던 지난 2012년이었다. 당시 중학생은 국어 1%, 수학 3.5%, 영어 2.1%였으며, 고등학생은 국어 2.1%, 수학 4.3%, 영어 2.6%였다. 지난해 기초학력 미달률이 중학생은 국어 4.4%, 수학 11.1%, 영어 5.3%, 고등학생은 국어 3.4%, 수학 10.4%, 영어 6.2%인 것을 고려하면 6년 동안 학생들의 학습능력이 크게 악화된 것이다.
2015년부터 과학고나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가 빠진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난해 기초학력 미달률은 눈에 띄게 높아졌다. 특히 문재인 정부 2년 차인 지난해는 전년과 비교했을 때 중고교 학생들의 기초학력 미달률이 대폭 늘었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생들이 국가 교육과정을 어느 정도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치러지는 시험이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는 전수 평가했고 2017년부터는 표집 평가로 바꿔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학습능력 저하가 정부의 교육정책 방향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혁신학교와 자유학기제 등 진보적 교육정책이 학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학력 저하로 이어진 측면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도 부분적으로 이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이날 학업성취도 평가 관련 기자회견에서 “학생들이 중학교 자유학기제 등 토론 중심 교육을 하면서 객관식 위주 지필 고사인 학업성취도 평가와 괴리가 있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문 정부 교육정책의 큰 틀은 바꾸지 않겠다는 것이 교육부 입장이다. 박 차관은 “기초학력의 개념을 무엇으로 볼 것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기초학력 미달 비율 상승과 혁신학교 확대 정책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교육 공약이었던 혁신학교에 대한 정책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힌 것이다.
경제적 빈부격차도 학업성취도 차이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지역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보통 학력 이상 비율은 차이가 벌어졌다. 실제 공부를 잘하는 우수 학생들이 ‘교육 1번지’ 강남과 같은 대도시에 몰려 있다는 뜻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미달 학생 비율이 가장 높았던 수학의 경우 대도시에 사는 중학교 학생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66.8%로 읍면 학생들의 55.7%보다 10%포인트 넘게 높았다. 고등학생의 경우에도 수학 보통학력 이상 학생 비율은 대도시(73.4%)와 읍면(64.4%)이 10%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났다. 교육부는 “전반적으로 대도시가 읍면지역에 비해 수학·영어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남녀 학생들의 학습능력 격차가 커진 점도 최근 학업성취도 평가가 시사하는 점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반적으로 여학생의 학업성취도가 더 높았으며 고등학교 수학만 남학생의 성취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국어와 영어는 여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모두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중학교는 국어의 경우 여학생(87.4%)이 남학생(75.6%)보다 11.8%포인트, 영어는 여학생(71.6%)이 남학생(60.4%)보다 11.2%포인트 높았다. 또한 고등학교는 국어의 경우 여학생(87.5%)이 남학생(75.9%)보다 11.6%포인트, 영어는 여학생(85.6%)이 남학생(75.4%)보다 10.2%포인트 높은 성취도를 보였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