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이 27일 내무부 청사에서 스쿨버스 테러를 막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이집트계 소년 라미 셰하타(오른쪽)와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탈리아에서 세네갈계 남성이 저지르려던 스쿨버스 테러 시도를 막아 동급생 50여명의 목숨을 구한 이집트계 소년과 모로코계 소년 등 이민 2세 2명이 논란 끝에 결국 이탈리아 시민권을 받게 됐다.
28일 일메사제로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전날 스쿨버스 테러를 저지한 청소년 영웅 5명과 스쿨버스가 불길에 휩싸이기 전에 탑승객 전원을 무사히 구출해낸 경찰관 10여 명을 로마의 내무부 청사로 초청해 이들을 표창하고 치하했다.
살비니 부총리는 이들과의 환담 후 기자회견에서 테러 저지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이집트계 라미 셰하타(13)와 모로코계 아담 엘 하마미(12) 등 이민 2세 중학생 2명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셰하타와 엘 하마미는 지난 20일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에서 발생한 스쿨버스 납치 방화극 당시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침착하게 기지를 발휘, 휴대전화로 경찰에 현장 상황과 버스 위치를 알려 동급생 51명의 목숨을 구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살비니는 이날 셰하타, 엘 하마미, 이탈리아 국적의 동급생 3명 등 사건 당시 영웅적 행동을 한 5명에게 차례로 기념 메달을 증정하고 “이제 학교에 다니고, 소풍을 가고, 공을 차는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이 자리에서 사건 당시 다른 친구들이 공포에 질려 울고 있을 때 다른 친구들을 풀어주는 대신 스스로 인질이 되겠다는 제안을 한 13세의 이탈리아 소년에게도 경의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을 만난 뒤 혼자 기자회견에 나선 살비니 부총리는 이민법을 바꾸는 게 아니라 현행 이민법에 근거해 셰하타와 엘 하마미에게 이탈리아 시민권이 주어질 것이라고 밝혀, 셰하타 등에 대한 시민권 부여를 둘러싸고 빚어진 1주일 간의 논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탈리아의 현행 이민법은 이탈리아에서 눈에 띄는 영웅적인 행동을 했거나, 국가에 이익이 되는 사람에 한해 예외적으로 시민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는 그러면서 “일각에서 이 소년들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한 것은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스쿨버스 테러를 막은 주인공인 셰하타가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자랐음에도 18세가 돼야 시민권을 딸 자격이 주어지는 현행 이민법에 따라 아직 시민권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권을 주라는 여론이 빗발쳤다.
특히 셰하타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도 시민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피력한 것을 계기로, 지난 정부가 추진하다 좌절된 이민 2세에 더 시민권을 앞당겨 주는 법안 ‘유스 솔리’(Ius Soli·출생지주의)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한 바 있다.
강경한 이민·난민 정책을 주도하는 살비니 부총리는 당초 이민법에 예외를 두는 데 난색을 보이면서 셰하타와 엘 하마미의 시민권 획득에 제동을 거는 듯했으나, 결국 여론에 밀려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살비니는 이날 “현행 이민법에는 어떤 변화도 없을 것”이라며 더 이상의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한 자신의 설득 덕분에 살비니가 소년들에게 시민권을 주는 쪽으로 마음을 바꿨다고 언론에 밝힌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의 주장에 대해서도 “내가 독자적으로 판단해 결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